[문형욱의 커플다반사] 편해도 너무 편해요!

입력 2016-11-14 21:01

1년 정도 남자친구와 연애를 해온 한 젊은 자매가 고민을 가지고 찾아온 적이 있다. “남자친구와 너무 편해져서인지, 사랑이 식은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남자친구가 연락을 해와도 그만이고, 안 해도 그만”이라며 “같이 있으면 편해서 좋은데, 남자친구가 다른 여자를 만나도 질투가 생기지 않는다”고도 했다. 그녀는 또 “제가 남자친구를 사랑하는 게 맞는지 잘 모르겠다. 헤어지는 게 맞는지, 계속 교제해야 하는지도 고민”이라고 했다.

사랑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처음의 느낌이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사라져 간다는 걸 잘 알 것이다. 달콤함과 설렘은 오래가지 않고, 그런 설렘이 식으면 서로가 ‘형식적으로’ ‘만나야 되니까’ ‘헤어지기 뭐하니까’ 서로를 만나고 있는 게 아닐까.

이성교제는 무엇보다 사랑이 기반이 돼야 한다. 내가 지금 만나는 상대를 진짜 사랑한다면, 달콤함이 없어졌다고 해서 낙심하거나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고 단정하지 않아야 한다.

우리가 교제를 시작하려고 할 때 누군가를 선택하는 많은 이유 중에 그 사람과 같이 있으면 설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렇게 설렘은 연애 초기 단계에는 중요한 감정 중에 하나임은 틀림없다. 그렇지만 설렘만을 생각하다보면 또 다른 사람에게 설렘을 느끼게 되어져 헤어지는 경우도 있다. 설레지 않기 때문에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은 달지 않기 때문에 맛있는 것이 아니다는 이야기와 비슷하다. 우리는 달지 않아도 충분히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 설레지는 않아도 편하고 편하지만 함께 마음이 나누어지고 핑퐁 대화가 더욱 깊어지며 커플의 비전을 얘기할 수 있는 편안한 관계에서도 충분히 더 깊은 사랑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상대방을 만나면 좋다는 이유는 각자일 때 원하던 어떤 것들이 서로 통해서 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랑하는 남녀는 각자가 원하는 게 뭔지 잘 표현하고 상대방이 원하는 게 뭔지 경청해야 한다. 서로 원하는 걸 충족시켜 주고, 그렇지 못하면 이해를 구해야 한다. 실망스러운 것들이 있다면 다시 상대방에게 요청하고 서로의 생각을 존중해야 한다. 그런 데이트가 될 때 만남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 그런 만남이 세상에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스도의 편지 역할을 감당할 수 있지 않을까.

아직도 달콤하고 설렘에만 매달린 만남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서로 감정적 싸움만 지속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사랑의 시작은 달콤함으로 이뤄질지 모르지만, 충분히 서로의 마음과 영혼을 나눠야 진정성을 얻는다. 함께 서로 손잡고 앞을 향해 같이 걸어가는 과정이 바로 사랑이다. 연인들 사이에선 언제나 갈등이 생기고 어려운 일이 발생한다. 그렇지만 서로를 진짜 사랑하는 연인이라면, 그걸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더욱 서로를 깊이 사랑할 수 있게 된다.

누군가 당신에게 “왜 지금의 이성과 교제를 하는가”라고 물을 때 “나는 이 사람을 통해 예수님의 사랑을 느끼고 예수님의 눈으로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당당하고 멋지게 이야기 할 수 있는 크리스천이 되길 바란다.

문형욱<갓데이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