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조사 ‘속전속결’… ‘7월의 독대’ 비밀 풀리나

입력 2016-11-13 18:10 수정 2016-11-13 21:12
피곤한 표정의 손경식 CJ그룹 회장(오른쪽)이 13일 차량을 타고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가고 있다.뉴시스

박근혜 대통령 조사를 앞둔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지난해 박 대통령과 독대한 대기업 총수 들을 지난 주말 동안 무더기로 소환해 조사했다.

검찰은 13일 “대기업 총수 독대를 조사하지 않고는 박 대통령 조사를 할 수 없다”며 총수 소환 배경을 설명했다. 대기업 총수들이 검찰 수사선상에 올라 줄소환된 것은 2004∼2005년 일명 ‘차떼기 수사’로도 불리는 불법 대선자금 수사 이후 10여년 만이다.

광화문광장이 촛불집회로 타오른 지난 12일 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는 대기업 총수 3명이 조용히 불려나왔다. 지난해 7월 박 대통령과의 개별 면담에 참여했던 것으로 지목된 대기업 7곳의 총수 중 정몽구 현대차 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김창근 SK수펙스 의장 등 이었다. 이들은 12일 오후부터 13일 새벽까지 조사받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본무 LG 회장, 손경식 CJ 회장 등은 13일 검찰에 소환됐다. 대기업 총수들이 이번처럼 1박2일 동안 한꺼번에 검찰 조사받은 적은 없다. 특히 지난해 7월엔 수감돼 있던 최 회장은 박 대통령과의 개별 면담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검찰은 최 회장의 역할이 있었다고 보고 소환 대상에 포함시켰다. 검찰은 “총수들 모두 주말 일정이 있었지만 취소·연기하고 검찰에 출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7월 24일 청와대로 대기업 총수 17명을 물러 오찬을 겸한 공식 간담회를 열었다. 박 대통령은 공식 행사 때 “한류 확산 취지에서 대기업들이 재단을 만들어 지원했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박 대통령은 이날과 다음날에 걸쳐 청와대와 외부 모처에서 문제의 기업 총수 7명을 따로 불러 개별 면담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취지를 설명하고, 각 기업의 지원을 요청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실제 박 대통령과 비공개 면담 이후 해당 기업들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거액을 내놨다. 삼성은 여러 계열사를 통해 204억원을 출연했다. 그 외 현대차는 128억원, SK는 111억원, LG는 78억원 등을 냈다. 박 대통령이 직접 재단 모금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검찰은 총수들을 상대로 박 대통령과 면담이 이뤄진 경위와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집중 추궁했다.

대기업 총수들이 기금 출연을 빌미로 박 대통령에게 구체적인 민원을 언급했을 가능성도 있다. 검찰 조사를 통해 기업들이 제기한 민원과 출연금 사이의 대가성이 확인될 경우 최순실(60·구속)씨에게 직권남용이 아닌 제3자 뇌물수수 혐의 등을 적용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출연금을 낸 대기업 총수들도 뇌물공여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그러나 대기업 총수들은 기금 모금의 강제성은 일부 인정하면서도 “순수한 의도로 기부금을 냈다”며 대가성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날 최씨와 연관된 동계올림픽 이권사업 진행을 막아 지난 5월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에서 물러났다는 의혹이 제기된 조양호 한진 회장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여론의 관심이 촛불집회에 쏠린 시기에 대기업 총수들을 비공개 소환한 것을 두고 “지나치게 기업 입장을 배려했다”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노용택 황인호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