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눈치만 보는 것 같아요.”
지난 주말 서울의 대표적 재건축 단지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인근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이 업소 대표 김씨는 1시간이 넘도록 손님이 오지 않았다고 하소연했다.
청약 규제 강화를 골자로 한 11·3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열흘이 지난 13일 강남 등 주요 부동산 시장의 냉기가 확산되는 모습니다. 서울 강남 4구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내림세로 돌아섰다. 관망세가 확산되면서 강남을 떠난 투기 수요가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는 풍선효과도 시들해졌다.
13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서울 강남구 아파트 가격은 전주 대비 0.02% 떨어졌고 서초구와 송파구도 각각 0.03%, 0.01% 하락했다. 대표적 투기 과열 지역인 강남3구가 ‘마이너스’ 변동률을 기록하기는 지난 3월 29일 이후 33주 만에 처음이다.
부동산114 집계로는 이달 둘째주 서울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0.08% 하락하며 2주 연속 떨어졌다. 재건축 약세로 서울 전체 집값은 0.06% 상승에 그쳤다. 김 대표는 “건설사들이 분양일정을 뒤로 미루는 등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러다 보니 부동산을 찾는 사람도 없다”고 말했다.
부동산인포 조사 결과 이달 분양예정인 수도권 아파트 23개 단지 1만8453가구 중 12개 단지 6189가구가 일주일 새 분양을 다음 달이나 내년으로 미뤘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10개 단지 4491가구, 경기가 2개 단지 1698가구다.
관망세가 짙어지면서 집값도 조정되고 있다. 최근 강남구에서는 개포동 시영, 주공1단지의 시세가 500만∼1000만원가량 떨어졌다. 강남4구로 분류되는 강동구에선 둔촌동 둔촌주공1·2·3·4단지와 상일동 고덕주공3·5·7단지가 250만∼1000만원 정도 내렸다.
서울에서 중구와 마포·광진구는 이달 둘째주 집값이 0.2% 오름세를 보였지만 풍선효과보다는 실수요가 꾸준한 덕이라는 설명이 많다. 중개업자들은 강북 지역에서도 매수 문의가 지난달에 비해 확연히 줄어들었다고 전한다.
상계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매수자가 없어 이달에는 거의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투기 수요가 빠지면서 강남권 부동산 냉기가 서울 전역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진 것도 국내 부동산 시장에도 찬물을 끼얹는 분위기다. 미 대선 이후 시장 금리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금리 상승은 대출금으로 집값을 충당하는 국내 부동산 시장에 치명적이다.
트럼프발 여파는 주택보다는 사무실이나 상가에 큰 타격을 줄 전망이다. 대기업들이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로 수출에 타격을 입게 되면 부동산 관련 신규 투자도 위축될 수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부동산 시장도 국내외 경제의 불확실성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당분간 시장은 숨고르기 양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세종=서윤경 기자 kcw@kmib.co.kr
11·3 처방 ‘특효약’?… 강남 투기 잡고 풍선효과도 미미
입력 2016-11-14 0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