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민영화가 사실상 마무리됐다. 다섯 차례 시도 끝에 민영화에 성공했다. 우리은행의 전신인 한빛은행(한일은행+상업은행)에 공적자금이 투입된 지 17년 만이다. 이로써 우리금융에 들어갔던 공적자금 총 12조7633억원 중 2조2000억원만 남게 된다.
금융권 지각변동도 예고된다. 우리은행의 지분을 보험사, 증권사 등이 나눠 가지게 되면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금융위원회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13일 우리은행 지분을 인수할 최종 낙찰자를 발표했다. 토종 사모펀드 운용사인 IMM 프라이빗에쿼티(PE)가 지분 6%를 인수한다.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한화생명, 동양생명, 유진자산운용이 각각 4%를 사들인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3.7%를 가져간다. 7개 금융회사 지분 합계는 29.7%다. 예금보험공사 소유 정부 지분은 21.4%만 남는다. 일종의 ‘과점지배’ 체제가 만들어진 것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민영화 과정은 산고(産苦)와 비교할 만큼 험난한 여정이었다”며 “우리은행이 시장의 메기 역할을 하고, 금융산업이 퀀텀 점프(대약진)를 하게 되는 견인차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1일 발표된 본입찰 참가자 8곳 가운데 KTB자산운용은 탈락했다. 공자위가 비가격 요소를 평가한 결과 탈락 요건에 해당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예비 입찰에 참여했던 18곳 중 외국계 투자자들은 중국 안방보험이 최대주주인 동양생명을 제외하면 모두 발을 뺐다. 윤창현 공자위원장은 “선정 직전 미국 대선 결과가 불확실했던 점이 문제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지분을 사들이게 된 금융회사들의 목적은 제각기 다르다. 자산운용업계는 배당과 시세차익을 통한 투자 목적을 내세운다. 미래에셋·유진자산운용은 재무적 투자를 위해 사외이사 추천권을 행사하지 않는다. 이와 달리 증권사, 보험사는 우리은행과의 ‘시너지’를 노린다. 은행이라는 광범위한 통로를 이용한 상품 판매, 핀테크 활성화 등을 염두에 둔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우선순위는 장기적 투자”라면서도 “은행의 핀테크 업무와 관련된 시너지 효과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동양생명은 ‘방카슈랑스’(은행+보험) 등에서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키움증권과 한국투자증권도 우리은행 지점을 통한 금융상품 판매 확대를 노리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한국투자증권의 모회사인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추가로 우리은행 지분을 인수해 최대주주로 나서려 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금융지주는 다음해 출범 예정인 인터넷 전문은행 ‘한국카카오뱅크’의 지분 54%를 소유하는 등 은행업 진출에 공을 들이고 있다. 민영화 체제가 성공적으로 자리 잡으면 우리은행이 증권·보험계열 자회사 매입 등을 통해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등 대규모 지각변동이 발생할 수도 있다.
다만 민영화 이후 체제 안착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우선 한국투자증권·키움증권·동양생명·한화생명·IMM PE 등 5곳의 사외이사 추천 절차가 남아있다. 우리은행은 다음 달 30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이들이 추천한 사외이사를 선임할 예정이다. 다음 달로 임기가 끝나는 이광구 우리은행장 후임자도 새 후보추천위원회가 결정한다. 정부는 민간에 경영 자율권을 모두 주겠다는 입장이지만 최대 지분(21.4%)을 소유한 정부가 완전히 경영 개입을 포기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품는 시각도 있다.
예보는 다음 달 중순까지 매각대금을 받고 주식을 넘기는 절차를 마무리한다. 이후 우리은행과 맺었던 경영 정상화 이행약정(MOU)을 해제한다. 지분 인수자들이 주도해 우리은행을 자율적으로 경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이번 매각액이 2조3616억원(약 2억77만주)인 점을 감안하면 평균 매각금액은 주당 약 1만1800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공적자금 회수를 위한 손익분기점인 1만2980원에는 못 미친다. 공자위는 구체적인 입찰가격은 투자자와의 비밀유지 등을 이유로 밝히지 않았다. 정부는 최대한 이른 시일 내 남은 지분도 팔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민영화를 통해 저평가된 주식 가치가 오르면 남은 공적자금을 순조롭게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나성원 조효석 기자 naa@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
우리銀 4전5기끝 민영화 성공… 17년 숙원 풀었다
입력 2016-11-13 18:33 수정 2016-11-14 00: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