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너 몰린 朴… 시간도, 선택지도 많지 않다

입력 2016-11-13 18:07 수정 2016-11-13 21:17
'최순실 게이트' 진상 규명 및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3차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12일 밤 서울 경복궁 지하철역 사거리에서 청와대 방향 도로를 막아선 경찰 차벽과 대치하고 있다. 윤성호 기자

100만 시민의 성난 민심을 확인한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시간도, 선택지도 많지 않다. 검찰은 15∼16일 박 대통령 대면 조사를 요구하고 있고, 야권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탄핵 주장이 제기되는 등 퇴진 압박이 커진 상태다. 19일엔 4차 대통령 하야 촉구 촛불집회가 열린다.

박 대통령으로선 민심 수습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다시 내놓아야 하는 궁지에 몰렸다. 박 대통령의 ‘2선 후퇴’ 선언과 새누리당 탈당 외에 다른 후속조치로는 민심 수습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점점 힘을 얻어가는 상황이다. 박 대통령이 검찰 조사 전후 추가 수습책을 담은 세 번째 대국민 담화를 발표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박 대통령 역시 야권이 요구하고 있는 방안들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13일 춘추관을 찾아 “대통령은 국민 목소리를 무거운 마음으로 들었고 현 상황의 엄중함을 깊이 인식하고 있다”고 전했다. 탈당과 거국중립내각 가능성에 대해 다른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확인하긴 어렵지만 ‘대통령으로서 책임을 다하고 국정을 정상화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는 말에 다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로서는 박 대통령이 거국중립내각 구성, 총리의 내각통할 보장 외에 ‘2선 후퇴’ 등을 전격 선언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청와대가 전한 ‘대통령 책임’ ‘국정 정상화’ 표현으로 볼 때 박 대통령은 아직 국정에서 완전히 손을 떼는 방안은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주말 촛불집회로 대통령의 고심은 더욱 깊어지겠지만 청와대의 대응 기조 자체가 근본적으로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청와대는 주말 내내 비상근무체제를 가동했다. 박 대통령은 촛불집회가 열린 12일 관저에서 TV로 집회 상황을 지켜보고 참모들로부터 수시로 보고를 받았다고 한다. 청와대 인근까지 행진이 허용돼 관저에도 박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게 들린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이와 함께 민정수석실을 중심으로 박 대통령의 검찰 조사에도 대비하고 있다. 검찰은 늦어도 15∼16일 박 대통령을 조사하겠다는 방침을 청와대에 전달했고, 청와대는 15일쯤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했다. 청와대가 대통령 일정, 변호인 선임 여부, 법률 검토 등 고려해야 할 사안이 많다고 주장할 경우 검찰 조사 시기가 늦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 대통령 변호인 선임 및 조사 일정 조율 등은 최재경 민정수석이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특히 검찰이 박 대통령 대면조사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어 이를 받아들일지 신중하게 검토 중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4일 “검찰 조사에 성실하게 임할 각오”라고 밝힌 바 있다. 헌정 68년 사상 현직 대통령의 검찰 조사는 처음이다. 현직 대통령은 그동안 방문, 서면, 소환 등 어떤 형태로든 검찰 조사를 받은 전례가 없다.

한편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최근 종교계 원로와 만나 “잠이 보약이에요”라고 했다는 언론 보도를 부인했다. 정 대변인은 “‘잠을 못 이루시면 수면유도를 해서라도 맑은 정신으로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야 된다’는 덕담에 대통령이 ‘다른 좋은 약보다 사람한테는 잠이 최고인 것 같다’고 답한 것”이라며 “보약이라는 단어를 언급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사진=윤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