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든 크리스천 “하나님의 공의가 강같이 흐르게”

입력 2016-11-13 21:08
사진=뉴시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소속 목회자들이 12일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앞에서 예레미야 7장 3∼7절을 주제성구로 삼아 시국기도회를 갖고 있다. 예장통합 제공
“대저 명령은 등불이요 법은 빛이요 훈계의 책망은 곧 생명의 길이라.”(잠 6:23)

민심의 명령은 촛불이었다. 12일 서울 광화문 광장을 밝힌 ‘100만 촛불’은 하나님이 주신 권세를 오용(誤用)한 위정자에 대한 준엄한 책망이었다. 광장에 촛불을 밝힌 사람들은 기독교인 비기독교인 가리지 않았다. 신자들은 구약성경 선지서들을 인용하며 “오직 정의를 물같이, 공의를 마르지 않는 강같이 흐르게 하라(암 5:24)”고 외쳤다.

촛불과 관련해 성경이 언급하는 말은 ‘촛대’를 들 수 있다. 요한계시록은 7개의 금촛대를 표현한다. 사도 요한은 밧모섬에서 일곱 촛대들과 그 촛대들 사이에 인자 같은 분이 계신 것을 목격한다(계 1:12∼13). 여기서 촛대는 세워놓거나 달아매는 등잔불이기도 하다(출 25:31, 왕상 7:49, 슥 4:2). 성경은 일곱 개의 촛대들이 일곱 교회라고 지칭한다(계 1:20). 전문가들은 이 촛대가 세상을 비추는 교회의 사명을 나타내고 있다고 해석한다. 혼돈과 어둠이 엄습한 세상을 향해 빛을 전하자는 것이다.

라영환 총신대 교수는 “예수 그리스도는 이미 그의 제자들을 가리켜서 어두운 세상을 비추는 빛이라고 말씀하셨다. 이는 선한 행실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라는 명령(마 5:14∼16)”이라고 말했다.

이의용 국민대 교수도 “교회는 부패한 세상의 소금이 돼야 하고, 어두운 세상의 빛이 돼야 한다”며 “교회가 이 사명에 충실하려면 상황을 바로 읽고 시대의 아픔에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일곱 촛대의 메시지가 교회를 향한 경고와 교훈들이라는 점에서 작금의 한국교회는 그 음성에 귀 기울여야 할 때이기도 하다. 이들 말씀은 모두 하나님에 대한 첫 사랑의 회복과 충성, 그리고 순결성으로 점철된다. 이는 혼돈기에 희망을 전해야 할 교회의 사명과 그대로 맞닿아 있다. ‘금촛대’에 대한 경고로 시작한 요한계시록이 말미엔 “다시 밤이 없겠고 등불과 햇빛이 쓸 데 없으니 이는 주 하나님이 그들에게 비치심이라(계 22:5)”라는 희망의 묵시를 펼치는 것은 그리스도인들에게 소망을 준다.

13일 주일에는 하나님의 역사를 기대하면서 기도하자는 주일 설교 메시지가 나왔다.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는 이날 ‘지금은 기도할 때(렘 33:1∼3)’라는 제목의 주일예배 설교에서 “주말 대규모 촛불 집회는 최(순실)씨를 중심으로 퍼진 우리 사회에 ‘암’이 발견돼 사람들이 모인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암이 발견된 것은 암을 도려낼 기회를 의미한다. 낙심하지 말고 모든 일을 행하시는 이가 여호와임을 믿고 기대하자”고 말했다.

이 목사는 예배 후 “이번 주 대통령의 중대 결정이 나올 수 있도록, 기적이 일어나도록 함께 기도를 하자”며 국가안정 등을 위한 특별새벽기도회 참석을 독려했다.

한편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장 이성희 목사) 목회자 30여명은 12일 정오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앞에 모여 시국기도회를 열었다. 기도회에서는 예레미야 7장 3∼7절을 주제 성구로 정했다. 이들은 그동안 교회가 사회참여적 신앙을 멀리한 것에 대해 반성하고 예언자적 목소리를 낼 것을 다짐했다. 감리교시국대책위원회도 이날 광화문 감리교 본부 앞 희망광장에서 기도회를 가졌다.

국가기도연합도 이날 서울역 광장에서 5000여명의 성도들이 참석한 가운데 미스바구국연합기도회를 개최하고 위기 극복을 위해 기도했다.

조영길 법무법인 아이앤에스 대표변호사는 “로마서 13장에 나와 있듯 성경은 모든 나라와 권위가 하나님께로부터 온 것이라고 말씀하고 있다”면서 “대통령이 아무리 헌법·법률을 위반했다 하더라도 대통령의 심판을 국민들의 손으로 직접 하려는 것은 불법일 뿐만 아니라 이 나라를 중대한 위험에 빠뜨리는 행동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용희 에스더기도운동 대표는 “대통령이 그간의 잘못을 회개하고 말씀 가운데 바로설 수 있도록, 지혜와 용기, 영과 육이 회복되도록 중보기도하자”면서 “잘못된 선전선동, 미혹의 영이 떠나가 국민들이 이번 사건을 올바로 분별하고 대통령 주변에 하나님을 경외하는 사람들이 생겨나도록 간절히 기도하자”고 말했다.

신상목 강주화 백상현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