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실세 최순실(60·구속)씨의 국정농단 사태를 수사 중인 검찰이 지난 주말 노태강 전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과 진재수 전 체육정책과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들은 최씨가 관여한 체육계 비리를 파악해 보고했다가 박근혜 대통령이 ‘나쁜 사람’으로 지목해 사실상 강제로 공직을 떠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중앙지검장)는 13일 “전날 오후 노 전 국장과 진 전 과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최씨 딸 정유라(20)씨가 출전했던 전국승마대회 감사 당시 상황과 최씨의 대회 개입 여부 등을 조사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2013년 4월 열린 전국 승마대회에서 고교 랭킹 1위였던 정씨가 2위에 그치자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정씨가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한 이유를 밝히라는 사실상 하명이었다. 감사를 맡은 노 전 국장과 진 전 과장은 승마협회의 파벌싸움을 문제로 지적하고 최씨 측과 반대 측 모두 문제가 있다고 보고했다.
되돌아온 것은 박 대통령의 질책이었다. 박 대통령은 유진룡 당시 문체부 장관을 불러 “두 사람이 나쁜 사람이라더라”며 사실상 좌천 인사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한직을 전전하다 박 대통령의 “이 사람들이 아직도 있어요?”라는 발언 뒤 지난 7월 공직을 떠났다.
또한 검찰은 최근 승마협회 관계자들을 참고인으로 소환해 김종(55) 전 문체부 2차관의 직권남용 혐의를 면밀히 살피고 있다. 김 전 차관은 2013년 10월 문체부 2차관에 오른 뒤 정씨의 승마 국가대표 선발 과정에 깊숙이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다. 문체부 입성이 최씨 추천이라는 말도 있다.
실제 김 전 차관 부임 이후 정씨는 각종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며 국가대표에 선발된다. 2014년 인천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마장마술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고, 이 메달로 이화여대에 특혜 입학한 의혹을 받고 있다. 승마협회 관계자들은 최근 검찰 조사에서 이런 모든 과정에 문체부가 개입돼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조만간 김 전 차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대통령에게 ‘나쁜 사람’ 찍혔던 前 문체부 체육국장·과장 소환
입력 2016-11-13 1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