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심장 프랑스 파리를 비탄에 빠뜨린 ‘파리 테러’가 13일(현지시간)로 1주기를 맞았다. 참사의 상처가 가시지 않은 파리 시내 곳곳에서 추모 행사가 이어졌다. 90명이 숨진 바타클랑 공연장에서는 영국 가수 ‘스팅(Sting)’이 유족과 생존자들을 위로했다.
르몽드, AP통신 등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안 이달고 파리시장이 이날 오전 9시 참사 현장 6곳을 돌며 희생자 이름을 새긴 명판을 제막하는 추도식을 가졌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11월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파리 시내를 동시다발적으로 공격해 130명이 숨지고 500여명이 다친 지 1년 만이다.
첫 공격이 발생한 경기장 스타드 드 프랑스의 D문 앞에서 시작된 추모 행사는 레스토랑, 카페 등을 거쳐 가장 많은 희생자가 나온 바타클랑 공연장에서 마무리됐다. 당시 미국 록밴드 ‘이글스 오브 데드메탈(EODM)’ 콘서트가 열린 여기서만 90명이 목숨을 잃었다.
바타클랑은 새롭게 단장을 마치고 지난 12일 다시 문을 열었다. 스팅이 이날 오후 9시 무대에 올라 추모식 ‘전야제’를 치렀다. 그는 공연에 앞서 1분간 묵념을 갖고 “오늘 밤 해야 할 두 가지 중요한 일은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이 역사적인 장소에서 삶과 음악을 축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첫 곡은 ‘폭력으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는 가사가 담긴 ‘프래자일(Fragile·부서지기 쉬운)’이었다.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이날 공연의 티켓 1000장은 30분 만에 매진됐다. 수백장은 유족과 생존자들에게 제공됐고 이들을 위해 심리상담사들이 공연장에서 대기했다. 스팅이 ‘에브리 브레스 유 테이크(Every Breath You Take·당신의 모든 숨결마다)’를 부를 때 일부 유가족은 눈물을 흘렸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친구를 잃고 살아남은 오렐리앙(25)도 다시 바타클랑을 찾았다고 전했다. 지난 1년간 사람이 모이는 곳에 가지 못했다는 그는 “결코 끝나지 못할 것 같던 콘서트를 마침내 마무리하는 중요한 자리”라고 말했다.
공연 수익금은 모두 생존자와 유가족 지원에 쓰인다. 프랑스 정부에 따르면 파리 테러로 600명 이상이 여전히 심리치료를 받고 있다. 9명은 입원 중이다.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도 “유럽과 민주주의 전체가 공격받았지만 우리가 수호해온 가치와 자유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리 테러에 이어 올 7월에는 니스 테러가 발생하는 등 IS 추종 세력의 공격이 잇따르면서 프랑스의 우경화에 속도가 붙고 있다.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 대표가 내년 4월 치러지는 대선에서 선전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마누엘 발스 프랑스 총리는 이날 BBC와 인터뷰를 갖고 “파리 테러를 계기로 발령돼 내년 1월까지였던 비상사태 기간이 몇 달 연장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
[IS ‘파리 테러’ 1주기] 생존자 “끝내지 못한 그날 공연, 마침내 끝났다”
입력 2016-11-13 18:25 수정 2016-11-13 2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