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와 KT가 ‘최순실 게이트’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정권마다 권력에 휘둘리고 스캔들에 휘말려 왔던 전례가 이번에도 여지없이 되풀이됐다. 공기업으로 출발한 두 회사는 2000년대 초반 민영화하며 민간기업이 됐지만 그 후에도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주인 없는 회사’이다 보니 권력자는 마음대로 주무르고 싶은 유혹에 빠지고, 경영진은 자리보전을 위해 저자세로 적극 코드를 맞추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포스코 권오준 회장은 지난 11일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재계 총수로는 처음으로 검찰에 소환돼 조사받았다. 최순실(60·구속)씨 최측근 차은택(47·구속)씨가 2014년 포스코의 광고계열사 포레카 지분 강탈을 시도한 사건에 권 회장이 개입했거나 묵인 또는 방조했는지가 조사의 핵심이다.
1968년 포항제철로 시작된 포스코는 2000년 민영화된 지 16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정권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정부가 운영하는 국민연금이 최대주주(10.62%)이기 때문에 포스코 수장들은 늘 정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박태준 초대 회장이 1992년 김영삼 당시 대통령과의 불화로 사임한 것을 비롯해 역대 회장 대부분이 제대로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황경로 전 회장은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 기소되면서 옷을 벗었다. 이구택 전 회장은 2009년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의혹으로 중도 사퇴했고, 정준양 전 회장은 배임·횡령 혐의로 지난해 11월 불구속 기소돼 재판받고 있다. 정 전 회장은 이상득 전 의원 측근인 박모씨 소유의 협력사 티엠테크에 일감을 몰아주는 수법으로 12억원 상당의 이익을 건넸다는 혐의도 있다.
황창규 KT 회장도 ‘최순실 게이트’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KT가 차씨의 지인인 이동수씨를 전무로 영입하고 신생 광고회사에 광고를 몰아주는 과정에 황 회장이 개입했거나 용인했는지가 의혹의 핵심이다.
황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KT CEO의 임기는 3년이고 연임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황 회장의 연임에 큰 변수가 없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었다. 하지만 대통령까지 연결된 의혹에 KT가 언급되고 있는 만큼 불똥이 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KT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CEO가 불명예 퇴진하는 역사를 반복하고 있다. 남중수 전 사장은 2007년 연임에 성공했으나 이명박정부 출범과 함께 퇴진 압박을 받다 2008년 11월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되며 자리에서 물러났다.
2009년 취임한 이석채 전 회장도 2012년 연임에 성공했으나 검찰 수사를 받다 퇴진했다. 업계에선 박근혜정부가 출범하면서 이 전 회장이 퇴진 압박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국민연금은 KT 지분 10.47%를 보유하고 있다.
김준엽 정현수 기자 snoopy@kmib.co.kr
정권마다 휘둘린 포스코·KT… 이번에도 ‘최순실 먹잇감’ 신세
입력 2016-11-13 18:44 수정 2016-11-13 2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