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로 국정 운영이 마비되면서 다음 달 발표 예정인 내년 경제정책 방향이 부실하게 준비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예산안 심의 졸속 진행도 불가피해졌다. 대외적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미국 대선 승리로 충격파가 밀려오고 있다. 대응책 마련은커녕 사태 수습도 늦어지고 있어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가 내년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최순실 게이트가 표출된 후 우리 경제팀의 내년 경제정책 논의는 급격히 동력을 상실했다. 당장 사태를 수습할 ‘경제 컨트롤타워’가 사실상 없는 상태다. 현재는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현 금융위원장인 임종룡 부총리 내정자가 어정쩡하게 동거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임 내정자가 임명될지도 불투명하다.
통상 정부는 각 부처와 협의를 거쳐 이듬해 경제정책 방향을 12월 중·하순에 발표한다. 최상목 기재부 1차관은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경제정책 방향 수립에 착수한 초기 단계”라며 “기본적으로 확장적 거시정책이라는 기존 큰 틀을 유지하면서 최근의 경제지표 변화에 따라 우려되는 부분을 보완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 차관은 “(부총리가 바뀌더라도) 경제정책 방향의 큰 골격은 유지된다”며 “현 부총리 중심으로 준비하면서 새 부총리가 결정되면 적절한 ‘인풋(입력)’이 들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선의 분위기는 다르다. 기재부 관계자는 13일 “시스템에 따라 일단 일을 하고는 있지만 수장이 누가 될지 모르는 시국에 정상적으로 업무를 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사태가 장기화된다면 내년 경제정책 방향 수립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기재부가 청와대 및 각 부처와 조율을 거쳐 정책을 수립해야 하는데 최순실 사태 이후 이런 움직임이 사실상 멈춰 있다는 설명이다. 다른 관계자는 “청와대가 경제정책에 신경쓸 여력이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국회에 계류 중인 ‘규제프리존특별법’ ‘노동개혁 4법’ ‘서비스산업발전법’ 등 정부가 추진하던 법안들도 통과가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논의 자체가 멈춰서 있는 데다 논의에 들어간다 해도 야당이 협조해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사상 최초로 400조원을 돌파한 내년 예산안 심사도 최순실 게이트의 직격탄을 맞았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예산안은 대폭 수술에 들어갈 예정이다. 특히 2017년 예산 분야 중 지출액 증가율이 가장 높은 문화·체육·관광은 야당이 일부 예산을 ‘최순실 예산’으로 꼽고 전액 삭감을 예고했다. 삭감분이 다른 분야에 배정되면서 아예 예산안의 전체 틀이 달라질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헌법상 예산안은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인 12월 2일까지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그러나 소위원회 심사 등에서도 최순실 파문이 계속되면 예산안 처리가 법정 시한을 넘길 가능성도 높다.
세종=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그래픽= 이석희 기자
[기획] 경제 ‘컨트롤타워’도 없는데… 내년 정책 방향 수립 제대로 될까
입력 2016-11-14 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