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총도 ‘국정 역사교과서’에 등 돌렸다

입력 2016-11-13 18:45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1948년에 대한민국이 건국됐다는 ‘건국절 사관’이 담긴 국정 역사 교과서를 거부키로 했다. 사실상 거부 입장을 밝힌 것으로 평가된다. 보수 성향 교원단체마저 국정 역사 교과서에 등을 돌리면서 ‘최순실 교과서’ 의혹으로 궁지에 몰린 국정화 작업이 더욱 험난해졌다.

교총은 “12일 대의원회를 열고 10대 요구사항이 담긴 결의문을 채택했다”고 13일 밝혔다. 교총은 결의문에서 “대한민국의 뿌리는 1919년 3월 1일 운동으로 건립된 임시정부”라며 “건국절 제정 등 교육현장 여론과 배치되는 역사 교과서는 수용 불가”라고 밝혔다. 김동석 교총 대변인은 “1948년을 ‘대한민국 수립’으로 가르치면 국정 역사 교과서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대의원 만장일치였다”고 설명했다.

건국절 사관은 국정 역사 교과서의 핵심 쟁점 중 하나다. 이 사관은 주류 역사학계로부터 3·1운동과 항일 투쟁의 의미를 축소하고 친일 행위에 대한 면죄부를 준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그래서 종전 검정 교과서에선 1919년을 건국, 1948년을 정부 수립으로 기술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국정 역사 교과서에 1948년을 ‘정부 수립’이 아닌 ‘대한민국 수립’으로 쓰겠다고 공언해 왔다.

교총은 일반 교사와 교장·교감, 대학교수 등 회원 18만명을 거느린 국내 최대 교원단체다. 보수 성향이어서 교권 향상 등 다양한 정책에서 교육부와 보조를 맞춰 왔다. 국정 역사 교과서에 대해서도 ‘조건부 찬성’ 입장이었다. 친일·독재 미화 금지, 보수·진보를 아우르는 집필진 구성, 교육현장이 납득할 교과서 등 모호한 조건을 내걸고 사실상 교육부 손을 들어줬다.

하윤수(54) 교총 회장이 지난 6월 취임하면서 교총 입장 변화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하 회장은 독립운동가 집안에서 태어났다. 할아버지인 하준호 선생은 1990년 건국훈장 애족장을 추서 받은 독립운동가이고, 아버지도 항일운동을 하면서 일본 경찰에 총탄을 맞고 대구형무소에서 옥고를 치렀다. 이 때문에 건국절 사관에 부정적인 입장을 여러 차례 피력해 왔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