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당당하면서 서글서글한 비즈니스맨이었습니다.”
유명 피아니스트 서혜경(57)씨는 13일 2012년 미국에서 열린 한 자선음악회에서 조우했던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당시 트럼프 기업 회장)에 대해 이렇게 평가하며 “정확한 금액은 기억나지 않지만 기부금도 크게 냈다”고 말했다. 현재 일본에 체류 중인 서씨는 국민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기업가였던 트럼프가 음악적 조예가 깊어 보이진 않았지만 문화를 존중할 줄 안다는 인상을 받았고, 엘리트로서 기부하는 것에 자부심을 느꼈던 사람으로 기억난다고 회고했다.
서씨는 1980년 부조니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한 이후 세계적인 명성을 얻어왔다. 2006년 유방암에 걸렸지만 5년 뒤 완치 경험을 살려 ‘서혜경 재단’을 설립, 유방암에 걸린 여성들을 돕고 있다. ‘서혜경 재단’과 미국 유방암 재단(American Breast Cancer Foundation)은 2012년 10월 뉴욕 뉴저지주 한 컨트리클럽에서 ‘유방암 환자’ 돕기 자선 콘서트를 열었고 이 자리에 트럼프 당선인이 참석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 유방암 재단 설립자와 가까운 사이였고, 연주회가 열렸던 컨트리클럽 소유주이기도 했다. 서씨는 “당시만 해도 트럼프 당선인이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며 “당시에는 정치인이 아니라 그런 생각을 할 수 없었다”고 했다.
서씨는 트럼프가 연주회 당일 혼자서 헬리콥터를 타고 연주회에 참석한 것으로 기억했다. 서씨는 “트럼프가 ‘세계적인 예술가가 이런 좋은 일에 힘쓰니 내가 일부러 참석했다’고 농담을 건넬 정도로 붙임성이 좋았다”고 전했다.
서씨는 미국 대선 당시 논란이 됐던 트럼프 당선인의 인종·성차별적인 태도도 당시엔 느끼지 못했다고 했다. 서씨는 “상류층 백인들이 연주회 참가자 대부분을 차지했고 트럼프 당선인도 그들과 어울렸다”면서도 “그렇다고 동양인을 차별하는 일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서씨를 “세계적인 예술가”라고 치켜세우며 존중했다고 한다.
서씨는 “트럼프는 다른 사람들이 박수치면 뒤따라 박수를 치면서 공연을 봤다”며 “음악적인 수준이 높다고 보긴 어렵지만 그렇다고 예의 없이 굴지는 않았다“고 회고했다.
서씨는 트럼프 당선인이 공연을 찾은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일” “훌륭한 일”이라며 기부를 장려했다고 전했다. 또 서씨에게도 “당신처럼 명성 있는 사람이 좋은 일에 힘써주니 보기 좋다”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고 한다. 서씨는 “대선이 끝날 때까지도 트럼프가 당선될 줄은 전혀 몰랐다”면서 “내가 만났던 트럼프는 (막말 등으로) 언론에 비친 모습과 다른 면도 있다”고 말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
피아니스트 서혜경씨, 4년전 자선음악회서 만난 트럼프 인상은… “당당하고 서글서글한 비즈니스맨”
입력 2016-11-14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