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정유라 승마 특혜지원에 ‘朴 입김’ 작용?

입력 2016-11-13 18:47 수정 2016-11-13 21:10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 겸 대한승마협회 회장이 13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에게 수십억원의 특혜를 제공한 의혹으로 조사를 받은 뒤 검찰청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청와대 최고위 인사가 삼성에 직간접적으로 요청해 ‘비선실세’ 최순실(60·구속)씨 딸 정유라(20)씨의 독일 승마훈련 프로젝트 지원이 이뤄진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삼성이 대한승마협회에 600억원 규모의 파격적인 지원을 결정한 이유가 석연치 않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도 수준의 ‘개입 및 동의’ 없이는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13일 이 부회장을 소환, 지난해 7월 열린 박 대통령과의 독대 자리에서 논의한 사안과 삼성이 정씨 지원에 적극 나선 배경 등을 확인했다. 12일 검찰에 출석한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대한승마협회장)도 정씨 지원과 관련해 검찰에서 19시간 동안 고강도 밤샘조사를 받고 다음 날 귀가했다.

석연찮은 삼성의 승마 지원

삼성은 2014년 이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이후 기존 스포츠단을 없애거나 투자를 대폭 축소해 왔다. 이 부회장이 기업 본업이 아닌 스포츠단 운영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기 때문이다.

삼성이 소유한 프로구단 통합 작업도 순차적으로 진행됐다. 2014년 4월 축구단 이관(삼성전자→제일기획), 9월 남녀 농구단 이관(삼성전자, 삼성생명→제일기획)이 결정됐다. 2015년 6월 배구단 이관(삼성화재→제일기획), 지난 1월 야구단 이관(라이온즈 독립→제일기획)도 연쇄적으로 이뤄졌다. 삼성중공업 럭비단과 삼성증권 테니스단은 2015년 3월 아예 해단됐다.

예외는 ‘승마’뿐이다. 지난해 3월 한화가 골칫거리로 여기며 떠난 대한승마협회 회장사를 삼성전자가 떠맡더니 2020년까지 608억원을 투자키로 하고 지난해부터 일부 지원이 시작된다. 재계에서는 ‘외압 외에는 설명하기 힘들다’는 말이 돌았다. 한 재계 관계자는 “거부할 수 없는 선을 통해 ‘승마협회를 맡아 달라’는 것과 투자 요청이 이뤄진 것 아니겠느냐”며 “이 부회장이 스포츠단 운영에 관한 기존 입장을 뒤집을 만큼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은 대한민국에 오직 한 사람뿐”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 이 부회장과 독대 주목

삼성과 대한승마협회를 둘러싼 석연찮은 결정들과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공식·비공식 만남이 연관돼 있다는 추측도 제기된다. 두 사람의 만남에서 승마 관련 논의가 오갔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2013년 이후 이 부회장은 박 대통령과 여덟 번의 공식 만남을 가졌다. 2013년 6월 중국 시안반도체 공장 건설 현장 방문을 시작으로 2015년 2월 청와대 기업인 초청 오찬에 함께했고,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기공식’ ‘창조경제혁신센터장 및 지원기업 대표 청와대 오찬 간담회’ 등을 통해 대면했다. 가장 최근 만남은 지난 3월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방문 당시였다.

특히 검찰은 박 대통령이 지난해 7월 이 부회장을 포함, 7개 그룹 총수와 비공식 독대를 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이다. 지난해 7월은 삼성이 대한승마협회에 거액 후원을 결정하기 직전이다.

자금 지원 노린 삼성 끌어들이기?

최씨 등이 자금력이 풍부한 삼성을 끌어들여 딸 정씨를 위한 지원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대한승마협회 회장사 선임 과정부터 치밀하게 손을 쓴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 실제 최씨가 “승마협회를 ‘삼성전자’가 맡을 것”이라고 주변에 미리 말하고 다녔다는 증언도 나왔다.

삼성이 회장사를 맡은 2015년 3월 이후 정씨 지원사업은 급물살을 탔다. 다섯 달 뒤인 8월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가 600억원대 투자 계획을 담은 제안서를 들고 삼성을 찾았다. 같은 달 박 사장이 직접 독일로 건너가 프로젝트를 진행할 코레스포츠와 컨설팅 계약을 맺었고, 그해 10월부터 올해 7월까지 35억원을 송금했다.

이와 관련, 박 사장은 검찰 조사에서 “지난해 말부터 최씨가 직접 (자금 지원) 압박을 가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이 첫 계약금을 보낸 이후 자금 지원을 차일피일 미루자 최씨가 직접 삼성을 몰아붙였을 가능성도 있다. 삼성은 정씨를 지원하고 ‘한화와 빅딜’(2014년) ‘엘리엇과 경영권 분쟁’(2015년) 문제에서 정부로부터 편의를 제공받았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글=노용택 기자 nyt@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