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 “하야하라”는 100만명의 함성 정확히 들었나

입력 2016-11-13 19:31
광장의 촛불 민심은 단호하고 분명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 하나였다. 12일 서울 광화문광장 등에 모인 100만명은 ‘하야’를 한목소리로 외치며 촛불의 강을 만들었다. ‘박 대통령은 더 이상 나의 대통령이 아니다’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야당도 촛불 민심에 동참했다. 2선 퇴진 선언 없는 대화 테이블에 앉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번 촛불 집회가 1987년 6월항쟁 이후 최대 규모 집회였다는 점은 민심이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점을 보여준다. 박 대통령이 버틸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다. 박 대통령은 관저에서 광장의 함성을 들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두 차례 대국민 사과를 통해 인적 쇄신 약속, 검찰 수사 수용, 여야 합의 총리 추천 요청, 영수회담 등을 차례로 꺼내놓았다. 박 대통령은 영수회담을 통해 국회가 추천한 총리에게 실질적 내각 통할권을 주겠다는 점을 약속하고 국정을 정상화하겠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2선 후퇴 약속이 빠지면서 스스로 선택지를 좁혀버렸다. 국민들의 마음을 전혀 돌리지 못했다.

박 대통령은 이제 제대로 된 권력 이양 로드맵을 내놓을 때가 됐다. 새누리당 탈당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 내치는 물론 외치도 안 된다는 국민 여론이 형성된 만큼 군 통수권 등 대통령의 고유 권한을 고집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 차기 거국중립내각 총리에게 전권을 위임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다. 권력이양 시점도 분명히 해야 한다. 시한부 퇴진론이다. 조기 대선 수용도 고려해볼 만하다. 하야도 고려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 “국정은 한시라도 중단돼는 안 된다”는 게 박 대통령의 기존 입장이었다. 대통령 하야 시 60일 이내라는 짧은 기간 안에 대선을 치러야 하기에 정국 혼란을 부추기고 국정공백이 길어질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그러나 하야 시점을 먼저 제시한다면 정치권과의 일정 조정 등을 통해 혼란을 충분히 제어할 수 있다. ①박 대통령의 권력이양 선언 ②영수회담에서의 추인 ③여야 합의로 총리 선출 ④거국중립내각 구성 ⑤조기 대선 실시와 박 대통령 퇴진(또는 하야)의 로드맵이다. ‘제2의 6·29선언’이 필요하다는 한 여당 중진 원로의 고언을 되새겨야 한다. 국민들에게 엄청난 상처를 준 만큼 마지막 떠나는 길에 강력한 치유책을 내놓아야 한다.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잃어버린 세월호 7시간’의 진실을 직접 밝힐 필요도 있다. 청와대가 11일 적극 해명했지만 박 대통령이 관저에서 7시간 동안 무엇을 했는지, 왜 아무런 지시를 안 했는지, 성형 시술은 정말 아닌지 등에 대한 의혹이 더 커지고 있다. 박 대통령은 단계적 카드가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또 다시 종전과 유사한 제안을 한다면 촛불 민심이 평화 대신 차벽을 무너뜨리는 쪽으로 돌아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