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보이’ 이대호, 아∼듀 시애틀… 다음 선택은?

입력 2016-11-14 00:03
시애틀 매리너스의 이대호(오른쪽)가 지난 12일 서울 강남구 KB아트홀에서 열린 토크 콘서트에서 강연한 뒤 어린이 팬들이 가져온 공에 사인을 해 주고 있다. KB손해보험 제공
‘빅보이’ 이대호가 시애틀 매리너스를 떠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제 이대호에게는 메이저리그 잔류와 일본·한국 복귀라는 세 가지 선택지가 남게 됐다.

제리 디포토 시애틀 단장은 13일(한국시간) 시애틀 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대니 발렌시아와 이대호가 같은 로스터에 함께 공존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말했다. 사실상 이대호와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날 시애틀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발렌시아와 투수 폴 블랙번을 맞교환했다. 발렌시아는 이대호와 똑같은 우타자다. 특히 이대호의 포지션인 1루수뿐 아니라 3루수도 맡을 수 있는 유틸리티 자원이다. 메이저리그 통산 656경기에서 타율 0.271을 기록했다. 최근 2년간 35개의 홈런을 때려 장타력도 향상된 모습을 보였다.

반면 이대호는 올 시즌 상대 투수 유형에 따라 출전하는 플래툰 시스템에 포함돼 아담 린드와 번갈아 출장했다. 타율 0.253에 14홈런을 기록했다.

일단 이대호는 메이저리그 잔류 의사가 강하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탬파베이 레이스로 새 둥지를 틀 가능성이 가장 높다. 탬파베이는 올해 68승 94패로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최하위에 머물렀다. 탬파베이의 주전 1루수 로건 모리슨은 올 시즌 타율 0.238 14홈런에 그쳤다. 이대호보다 성적이 떨어진다. 마이너리그에는 올 시즌 트리플A에서 타율 0.307을 기록한 유망주 케이시 길라스피가 있다. 따라서 현지에선 탬파베이가 길라스피와 이대호를 플래툰 시스템으로 묶어 내년 시즌을 시작할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하다. 메이저리그 소식을 다루는 사이트인 ‘트레이드 루머스’는 “트리플A에서 잘 했던 길라스피가 빅리그에서 플래툰을 소화할 기회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며 그와 플래툰을 이룰 선수 중 한 명으로 이대호를 언급했다. 또 탬파베이는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많은 돈을 투자할 수 없는 스몰 마켓 구단이다. 이대호의 올해 연봉은 100만 달러다.

다만 이대호는 더 많은 경기에 출장하는 것을 바라고 있다. 특히 플래툰 시스템에 대해 회의감을 드러내고 있다. 실제 이대호는 지난달 귀국 기자회견에서 “게임을 뛰지 못 하는 것이 후회스럽고 앉아 있는 것이 한스러웠다”고 말한 바 있다.

따라서 일본이나 한국 복귀설도 솔솔 나오고 있다. 이대호는 오릭스 버펄로스와 소프트뱅크 호크스에서 4년간 뛰며 98개의 홈런을 날렸다. 특히 지난해에는 일본시리즈 최우수선수(MVP)가 되며 소프트뱅크를 정상으로 올려놓았다. 현재 이대호에게 관심을 보이는 구단은 소프트뱅크와 지바 롯데, 라쿠텐 골든이글스 등이 있다. 모두 거포가 부족한 팀이다. 일본 스포츠전문매체 스포니치아넥스는 “소프트뱅크는 올해 일본 프로야구 12개 구단 중 최소 홈런을 기록해 거포 보강이 급선무”라며 “라쿠텐도 이대호의 영입을 염두에 두고 조사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한국에서 뛴다면 일본 진출 전까지 활약했던 롯데 자이언츠 복귀 가능성이 가장 높다. 하지만 롯데는 전통적으로 선수들에게 많은 연봉을 주지 않는 ‘짠물’ 구단이라는 게 걸림돌이다. 다만 이대호가 가족을 위해 오랜 외국 생활을 정리하고 전격적으로 롯데에 복귀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