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 찾은 슈틸리케호 “우즈벡 나와라”… 한국 2-0 캐나다

입력 2016-11-12 00:43
돌아온 ‘황태자’ 이정협이 11일 충남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캐나다와의 평가전에서 전반 25분 추가골을 터뜨린 뒤 정우영에게 안겨 주먹을 불끈 쥐며 기뻐하고 있다. 뉴시스

환골탈태한 ‘슈틸리케호’가 캐나다를 격파하고 자신감을 회복했다. ‘슈틸리케의 황태자’ 이정협은 키플레이어로서의 가능성을 다시 확인했고, 최대 약점인 수비 불안은 모처럼 작성한 클린시트(무실점 승리)로 조금이나마 해소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11일 충남 천안종합운동장으로 캐나다를 부른 친선경기에서 전반 10분 김보경의 선제 결승골과 전반 25분 이정협의 추가골로 2대 0 완승을 거뒀다. 대표팀의 클린시트는 지난 3월 27일 태국과의 원정 친선경기로부터 230일 만이다.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내내 불안 요소로 작용했던 수비진은 모처럼 거둔 무실점 승리로 자신감을 회복했다.

캐나다는 월드컵 북중미 최종예선조차 진출하지 못한 약체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110위. 한국(44위)보다 66계단 아래다. 오는 1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우즈베키스탄과의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5차전을 앞두고 자신감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최적의 상대였다. 한국은 이번 승리로 한국은 캐나다 상대전적(2승1무2패)의 균형을 맞췄다.

슈틸리케 감독은 변함없이 4-2-3-1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하지만 공간을 채운 선수는 모두 바뀌었다. 이정협을 최전방 공격수로, 남태희와 지동원을 좌우 날개로 배치했다. 후방 공격수는 김보경이었다. 정우영과 한국영은 수비형 미드필더로 공수를 조율했다.

공격진의 주축이던 손흥민 이청용 기성용은 모두 빠졌다. 오른쪽 발목에 통증을 느낀 손흥민은 벤치에서 출발했지만 마지막까지 슈틸리케 감독의 부름을 받지 않았다.

박주호 장현수 김기희 김창수는 수비 포백라인을 그렸고, 골키퍼 권순태는 한국의 최후방을 책임졌다. 슈틸리케 감독은 새로운 해결사와 키플레이어를 물색하기 위해 환골탈태 수준으로 대표팀을 변형했다.

새롭게 구성한 대표팀은 여전히 느렸고, 짜임새도 부족했다. 하지만 변화에 대한 열망과 월드컵 본선 진출을 향한 열망으로 캐나다의 골문을 쉴 새 없이 두드렸다. 특히 군 복무 시절이던 2015 호주아시안컵에서 슈틸리케 감독의 눈에 들어 대표팀으로 차출돼 ‘군데렐라(군인+신데렐라)’로 불렸던 이정협의 활약이 빛났다.

신장 186㎝로 장신인 이정협은 직접 슛을 때리거나 공을 뒤로 흘려 남태희, 지동원, 김보경에게 기회를 만들었다. 그렇게 전반 10분 김보경의 선제 결승골을 만들었다.

남태희는 중원에서 이정협과 패스를 주고받으며 페널티박스 앞까지 질주했다. 이어 오른쪽에서 평행선을 그리며 골문 앞으로 쇄도한 김보경에게 스루패스를 찔렀다. 김복경은 캐나다 수비진보다 빠르게 때린 왼발 슛으로 골대를 맞힌 뒤 골망을 흔들었다.

15분 뒤에는 이정협이 직접 마무리했다. 지동원이 페널티박스 안에서 넘어진 혼전에서 오른발 슛으로 골문 오른쪽을 열었다. 한국 선수 4명을 둘러싼 캐나다 선수 7명이 허둥대면서 얻은 행운의 골이지만 이정협의 득점 감각이 있어 가능했다.

캐나다는 먼저 2골을 허용한 뒤 반격을 시도했다. 위기도 있었다. 전반 31분 우리 페널티박스 외곽 오른쪽에서 허용한 프리킥에서 캐나다의 마르셀 드 용의 강력한 슛이 골문 안으로 정확하게 날아왔다. 이 슛은 골키퍼 권순태의 선방으로 가로막혔다. 권순태는 이후에도 몸을 날린 슈퍼세이브로 골문을 무실점으로 지켰다.

슈틸리케 감독은 경기 후 “감독 입장에서는 괜찮은 경기였다”며 “90분 내내 경기를 지배했다. 두세 차례 실점 위기가 있었지만 이 부분을 제외하면은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전반전 30분까지는 득점뿐만 아니라 다른 부분도 완벽했다. 상대에게 계속 위협을 주는 등 패스도 좋았다. 후반전엔 체력이 떨어졌다. 그러면서 패스 미스가 나왔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웠다”고 평가했다.

천안=김철오 기자, 김태현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