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60·구속)씨가 설립한 비밀 회사 ‘더운트’에서 사라졌던 증거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검찰이 최근에야 압수수색을 실시한 것으로 확인됐다(국민일보 11월 11일자 1·13면 참조). 최씨가 지난 9월 독일로 출국하기 하루 전 세운 회사의 존재를 당초 모르고 있던 검찰이 뒤늦게 자료 확보에 나선 것이다. 최씨가 독일에서 57일간 도피생활을 하면서 원격으로 더운트 자료 은닉·폐기를 지시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중앙지검장)는 지난 5일 더운트에서 빠져나간 컴퓨터, 서류뭉치, 집기 등이 보관돼 있던 창고를 압수수색했다고 11일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별도 창고에 있던 더운트 관련 자료를 추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했다”고 말했다. 복수의 목격자가 “더운트 사무실에 있던 어른 가슴 높이 대형 금고 2개도 외부로 옮겨졌다”고 증언한 데 대해 “압수물 내용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며 금고나 그 안의 내용물 확인 여부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
검찰은 지난달 27일 이미 물건이 치워진 상태인 최씨의 개인회사 더블루케이 압수수색에 들어갔었다. 최씨는 지난 8월 2일 더블루케이를 폐업한 뒤 측근 장순호(64)씨를 앞세워 9월 2일 서울 삼성동 K건물 9층에 더운트를 세웠다. 더블루케이에서 사용하던 컴퓨터, 노트북, 서류 등도 8월 말 더운트 사무실로 옮겨졌다. 더블루케이가 K스포츠재단과 함께 추진하던 그랜드코리아레저(GKL) 선수단 창단, 스위스 누슬리사와의 업무협약 등 각종 사업 관련 자료도 더운트 쪽으로 갔을 개연성이 높다. 더운트 사무실에 새로 입주한 업체 관계자는 “10월 말쯤 사무실을 미리 둘러보러 갔는데 직원 4∼5명이 대화를 하고 있었다”며 “가구들이 아주 고급스러웠고, 문서파쇄기도 보였다”고 전했다.
지난 9월 3일 독일로 출국했던 최씨가 10월 31일 체포된 직후인 11월 2∼4일 더운트에 있던 대형 금고와 내부 자료들은 대형 트럭에 실려 경기도 하남의 창고로 빼돌려졌다. 더운트는 최씨 구속영장이 발부된 3일 국세청에 폐업을 신고했다.
이후 검찰은 장씨 등 조사에서 이런 사실을 파악하고 부랴부랴 압수수색에 나섰다. 검찰은 더운트의 자본금 1억5000만원을 대고 등기임원 영입도 주도한 최씨가 독일에 체류하는 동안 국내 측근들을 통해 더운트 흔적 지우기를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씨가 독일로 갈 때 왕복 비행기표를 끊어준 사람도 더운트 설립 실무를 맡았던 장씨였다.
한편 검찰은 최씨가 KEB하나은행 지점에 개설한 대여금고를 찾아내 10일 압수수색을 했다. 금고에서는 일부 회사 운영 서류와 고가의 보석류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KEB하나은행은 최씨의 딸 정유라(20)씨가 독일 지점에서 0% 후반대 특혜 대출을 받도록 해줬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최순실 비밀회사 ‘더운트’ 존재도 몰랐다가… 檢 “사라진 자료 찾아라” 뒤늦게 압수수색
입력 2016-11-12 0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