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바탕의 아래 쪽에 굵은 선으로 형태를 만든 다각형이 있다. 구체적인 형상이 아닌데도 누구나 고뇌의 끝에 구원을 갈구하는 인간의 얼굴을 떠올리게 된다.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리안갤러리에서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영국 작가 토니 베반(65)의 작품은 이렇듯 인물과 신체에 대해 탐구한다. ‘땡땡이 호박 조각’으로 유명한 일본의 구사마 야요이, 미국 팝 아트 작가 앤디 워홀, 미니멀아트의 선구자인 미국의 프랭크 스텔라 등 해외 유명 작가의 기획전을 열어 주목 받았던 리안갤러리가 이번에는 한국인에 낯선 작가를 데려왔다. 베반의 작품은 로스앤젤레스 현대미술관,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런던 테이트미술관 등 세계 유수의 현대미술관에 소장돼 있다. 국제무대에서는 인지도가 높은 영국을 대표하는 구상미술화가다. 한국에서는 첫 전시다.
베반의 작품 세계는 ‘초상화’로 요약된다. 그러나 구체적인 누군가의 얼굴이 아니다. 익명성을 특징으로 하는 현대인의 초상화다. 강렬한 감정을 유발하는 특유의 검은 색, 핏빛 붉은 색을 쓴다. 그러면서 굵은 선으로 고뇌와 중압감, 불안에 떠는 현대인의 ‘마음의 얼굴’을 그려낸다.
작품 ‘머리(Head)’는 두상을 심장을 연상시키는 하트 모양의 형태에 담았다. 심줄로 꽁꽁 맨 듯한 선으로 표현된 얼굴 윤곽을 보고 있자면 마음마저 불안해진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중압감과 스트레스를 그는 그렇게 간략한 선으로, 그래서 더 강렬하게 표현한다.
그는 1980년대 대처 정부 시절 예술가에 대한 지원이 대폭 줄면서 예술가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고뇌를 담은 인물화에서 출발했다. 여기에 구조물에 대한 관심이 겹쳐지며 추상적인 인물화의 시기를 거쳐왔다. 근년에는 중국여행을 통해 발견한 나무 시리즈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곧게 뻗거나 이리 저리 뒤틀러진 나무의 구조에서도 인간의 신체를 떠올리는 그는 영원한 ‘신체의 화가’다. 내달 24일까지.
손영옥 선임기자
불안한 현대인, 그 고뇌의 얼굴… 英 작가 토니 베반 국내 첫 개인전
입력 2016-11-14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