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범 “朴 대통령이 차은택 소개해줬다”

입력 2016-11-11 17:58 수정 2016-11-12 00:25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진실을 찾기 위한 검찰의 퍼즐 맞추기가 점점 가시권으로 가고 있다. ‘문화계 비선권력’ 차은택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포스코그룹 광고회사를 강탈하려 했다는 의혹과 관련,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11일 참고인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왼쪽 사진). 오른쪽은 차씨가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수형복 차림으로 서울중앙지법으로 가는 모습. 뉴시스, 서영희 기자

안종범(57·구속)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박근혜 대통령을 통해 (차은택을) 알게 됐다”는 취지로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화계 비선권력’ 차은택(47)씨는 안 전 수석과 공모해 포스코 계열 광고회사 지분을 강탈하려 했다는 등의 범죄사실이 소명돼 결국 구속 수감됐다.

11일 안 전 수석 측 관계자에 따르면 2014년 8월 18일 안 전 수석은 차씨와 함께 아랍에미리트(UAE)에 ‘문화교류’를 위한 출장을 다녀왔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최근 안 전 수석으로부터 “박 대통령이 차씨를 소개해줬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안 전 수석은 “이전까지 전혀 몰랐던 사람(차씨)과 같이 일하게 된 상황이었다”며 “같이 출장 가는 사람끼리 일정 등을 잘 챙겨보라는 취지로 (박 대통령의 소개 행위를) 이해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차씨는 출장 당시 ‘민간인’ 신분이었다. 출장을 다녀온 뒤인 그달 26일 대통령 직속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됐다.

안 전 수석 측 주장이 사실이라면 차씨와 안 전 수석을 이어준 사람은 박 대통령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안 전 수석에게 본인 업무와 별 관련 없던 차씨를 그냥 지원해주라고 할 리는 없었을 것”이라며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두 사람을 연결하는 과정에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안 전 수석은 ‘직무유기’ 의혹에 휩싸인 우병우(49) 전 민정수석에 대한 서운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안 전 수석 측 관계자는 “지난여름 이후 국감을 앞두고 ‘서별관회의 청문회’ 이슈가 부각되자 안 전 수석이 우 전 수석에게 여러 의혹에 대해 물어보기도 했다”며 “우 전 수석이 ‘보안사항이 많다’며 시원하게 얘기를 안 해주니 서운한 심정을 표현한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권오준(66) 포스코그룹 회장은 이날 대기업 총수 중 처음으로 검찰에 소환됐다. 오후 6시55분쯤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한 권 회장은 취재진과 만나 “검찰 조사에서 성실하게 대답 하겠다”고 한 뒤 검찰청사로 들어갔다.

검찰은 권 회장을 상대로 포스코그룹 계열 광고회사 포레카 매각 과정과 관련된 의혹 전반을 조사했다. 차씨와 안 전 수석은 포레카를 인수한 중소 광고사 C사에 지분 80%를 넘기라며 회유·협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C사가 지분을 넘기지 않자 포스코는 광고 발주를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포레카 매각과 광고물량 축소를 결정하는 데 권 회장이 관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권 회장은 차씨 등과 함께 광고사 강탈을 공모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조의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사실이 소명되고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차씨에 대해 청구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현웅 법무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긴급현안질문에서 “(최순실씨) 재산이 불법이거나 부패 범죄로 취득한 재산이면 관련법에 따라 몰수·환수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고 밝혔다.양민철 노용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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