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계 로비 특혜 의혹… ‘엘시티 판도라’ 열리나

입력 2016-11-12 00:01 수정 2016-11-12 00:34
부산 해운대 초대형 건설사업인 엘시티(LCT)의 시행사 대표 이영복(66·사진) 회장이 10일 검거됨에 따라 거액의 비자금 조성과 정·관계, 법조계 인사들의 연루 의혹이 있는 ‘이영복 게이트’의 전모가 밝혀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이 회장이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가입한 강남 계모임 멤버로 밝혀지면서 최씨를 통한 로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영복 게이트’를 수사 중인 부산지검 윤대진 2차장검사는 11일 최소 5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 회장에 대한 의혹을 철저하게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윤 차장은 브리핑을 통해 “가장 먼저 불법 비자금 조성 규모와 사용처 등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할 방침”이라며 “수사과정에 금융권 대주단과 시공사 등에서 비자금 조성 과정에 연루된 정황이 포착되면 모두 소환조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검찰은 지난 7월 이 회장이 사업으로 빌린 대출금 중 500억원가량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혐의를 잡고 엘시티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윤 차장검사는 “현재 비자금 규모는 수백억원인데 조사 과정에서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부산지검 특수부(부장검사 임관혁)는 이날 부산구치소에 수감된 이 회장을 불러 비자금 조성과 인허가 특혜, 정·관계 로비 의혹 등에 대해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다. 검찰은 11일 밤 이 회장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사기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의 수사 대상은 우선 2조700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엘시티 사업 과정에서 부산시와 해운대구, 부산도시공사 등이 도시계획 변경과 주거시설 허용 등 사업계획 변경, 환경영향평가 면제와 교통영향평가 부실 등 각종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다.

당초 5만10㎡였던 엘시티 부지가 6만5000㎡로 31.8% 늘었고, 해안 쪽 부지 52%는 아파트를 지을 수 없는 중심지 미관지구에서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일반 미관지구로 바뀌었다. 환경영향평가는 아예 실시되지 않았고 교통영향평가도 단 1회 만에 심의를 통과했다.

부동산 투자이민제 구역 지정도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엘시티는 해외 투자 유치를 위해 2013년 5월 부동산 투자이민제 구역으로 확정 고시됐는데 이 회장이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해 전·현직 국회의원과 부산시, 해운대구 고위관료 등에게 로비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와 함께 이 회장이 ‘국정농단’으로 구속된 최씨와 서울 강남에서 친목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부동산 투자이민제 등에 최씨가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윤 차장검사는 “언론에서 의혹을 제기한 최순실씨나 정·관계 인사들과 관련된 이 회장의 금품로비 의혹도 진위를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이영복 게이트’의 향후 파장에 대해 정치권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그동안 이 회장이 정치권 인사들과 대거 접촉했다는 정황 때문이다. 검찰은 지난해 검찰 수사를 받던 포스코건설이 시공을 맡도록 정·관계 인사들이 도움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정·관계 6∼7명의 구체적인 실명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2019년 완공 예정인 엘시티는 해운대해수욕장 인근 6만5000㎡에 101층짜리 레지던스호텔 1개 동과 85층짜리 아파트 2개 동을 짓는 사업이다. 아파트는 882가구로 평균 분양가가 3.3㎡당 2700만원이며 펜트하우스 2채는 3.3㎡당 7200만원에 달한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