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또 검찰 포토라인 서는 대기업 총수들

입력 2016-11-11 17:23
포스코 권오준 회장이 11일 검찰 조사를 받았다. ‘비선 실세’ 최순실씨 측근 차은택씨 등이 주도한 옛 그룹 계열 광고사 ‘포레카’ 지분 강탈 시도와 관련해서다. ‘최순실 게이트’와 연루된 대기업 총수 중 첫 번째다. 산업현장을 누벼야 할 대기업 총수들을 왜 자꾸 검찰청사에서 봐야 하는지 답답하다.

정경유착은 이 정권도 예외가 아니었다. 대기업 팔을 비틀어 미르·K스포츠재단에 774억원을 내도록 했고, 기업들의 민원을 해결해준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민영화된 지 10여년이 지난 포스코와 KT 수난은 또 반복됐다. KT엔 측근 임원을 앉혔고 권 회장 선임에도 최씨가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오너가 있는 민간기업인 CJ에까지 부회장 퇴진 압력을 가하고, 2개 핵심 직책을 내놓으라고 했다고 하니 칼만 안 들었지 노상강도와 다를 바 없다.

검찰은 최씨의 딸 정유라씨 특혜 의혹과 관련해 삼성전자를 압수수색한 데 이어 지난해 7월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구본무 LG 회장 등 대기업 총수들을 조사할 것이라고 한다. 불법 대선자금 사건이나 비자금 사건이 터질 때마다 총수들은 고개 숙이며 사과했지만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했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보호무역주의를 주창해온 도널드 트럼프의 미 대통령 당선으로 경영 환경은 최악이다. 삼성전자와 현대차는 갤럭시 노트7 리콜과 엔진 리콜 문제 등으로 경영 위기를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총수들이 검찰 수사마저 받게 된다면 글로벌 이미지 추락과 매출 감소는 불을 보듯 뻔하다. 정권마다 반복되는 정경유착 구태를 언제까지 되풀이할 셈인가. 세무조사 무마나 숙원사업을 해결해준답시고 손 벌리는 정권도 문제지만 이제는 기업들이 ‘NO’라고 말해야 한다. 법을 지키고 투명 경영을 한다면 구태여 정권에 끌려다닐 이유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