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 엘시티(LCT)의 시행사인 청안건설 이영복 회장이 잠적 3개월 만에 체포됐다. 검찰은 500억원대 횡령 혐의와 함께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한 본격 수사에 나섰다. 엘시티는 최고 101층 규모에 사업비 2조7000억원대의 초대형 부동산 개발 사업이다. 박근혜정부 들어 급물살을 타면서 특혜설이 난무했다. 도시계획이 바뀌어 고도제한이 풀렸고, 예정에 없던 주거시설이 포함됐고, 환경영향평가는 생략됐다. 지역 단위로 승인되는 외국인 부동산투자이민제가 엘시티 건물만을 대상으로 허용됐다. 지난해 전국적인 관심을 끌며 분양에 성공한 랜드마크 부동산의 이면에는 도저히 상식적일 수 없는 일들이 있었다. 어떻게 가능했는지, 그 판도라 상자를 열어야 한다. 최순실 게이트에 이어 또 하나의 ‘농단’이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
많은 공직자가 수사 대상으로 거론된다. 시장 구청장 등은 물론이고 여야 정치인, 전직 청와대 수석도 이 회장과 연결돼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판검사 로비장부 소문도 나돈다. 외국인투자이민제는 중앙정부 업무다. 부산을 넘어 서울까지 로비 손길이 미쳤을 수 있다. 수사 결과에 따라 우리는 다시 허탈함과 배신감을 느껴야 할지 모르겠다. 사람들 눈을 피해 벌어진 일이 아니었다. 해운대에 101층 건물을 짓는다고 떠들썩하게 진행한 사업에서 광범위한 로비가 통했다면 공직자들이 대놓고 부정을 저질렀다는 뜻이 된다. 이를 가능케 한 권력의 입김이 있었을 것이다. 최순실씨는 이 나라 권력이 어떻게 이권에 동원되는지 보여줬고, 그와 이 회장이 같은 계모임에서 친분을 쌓았다는 주장은 그래서 예사롭지 않다.
국정농단 사태로 휘청대는 나라에 엘시티가 풍파를 더하더라도 우리는 전모를 알아야 한다. 국가를 개조해야 할 때다. 부조리를 낱낱이 드러내야 어디서부터 고칠지 가늠할 수 있다.
[사설] 檢, 엘시티 게이트 ‘판도라 상자’ 열라
입력 2016-11-11 1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