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친박계가 ‘트럼프 위기’를 앞세워 생존 꼼수를 부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안보·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진 점을 내세워 다시 목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10일 최고위원회의를 ‘트럼프 현안 보고’ 형태로 진행하고, 당내에 태스크포스(TF)까지 구성했다. ‘트럼프 위기’ 탈출을 명분으로 야권을 향해선 조속한 총리 추천을, 당내 비박계엔 입조심 하라고 공개 경고 메시지까지 날렸다. 국민의 분노를 벌써 잊은 듯하다. 최순실 게이트 이전의 ‘안하무인’ 친박계 그대로다.
당권에 대한 미련도 아직 버리지 않고 있다. 친박계는 11일 이정현 대표의 조건부 사퇴론으로 시간벌기 전략까지 구사했다. 거국중립내각 구성 이후 사퇴하겠다는 것이다. 또 김무성 의원 등 5선 이상 중진 7명에다 유승민·최경환 의원으로 구성된 중진협의체에서 쇄신안을 논의하겠다고 한다. 현 지도부를 유지시키고 중진협의체를 통해 쇄신 명분도 얻으려는 전략이다. 연일 초·재선별로 모임을 가지며 세 과시도 스스럼 없이 하고 있다. 친박계 일각에선 대통령 탄핵을 유도해 정국을 돌파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내놓고 있다. 탄핵안을 부결시켜 정국 반전을 꾀하겠다는 속내다.
한마디로 아직 정신을 못 차렸다. 친박 지도부는 박근혜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최순실 게이트를 수습할 신뢰와 능력을 잃은 지 이미 오래다. 이 대표 사퇴 시점을 놓고 비박계와 힘겨루기를 할 때가 아니다. 트럼프의 당선으로 국내외 정세의 불확실성이 커진 것은 맞다. 국회가 정국 수습책을 짜야 한다는 말은 옳다. 그러나 친박계가 트럼프 위기를 국면전환용으로 악용한다면 상상을 초월하는 국민적 저항을 불러올 게 뻔하다. 친박계는 2선 후퇴할 대상이지 리빌딩의 주체가 돼서는 안 된다. 한줌도 안 되는 권력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정치 전면에서 물러나야 한다. 지금은 꼼수를 부릴 때가 아니라 퇴장을 서둘러야 할 때다.
[사설] 친박, 군말 말고 전면에서 퇴장해야
입력 2016-11-11 1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