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남미예선서 적으로 만난 바르셀로나 동료 ‘네이마르, 메시를 울리다’

입력 2016-11-11 18:18
리오넬 메시(왼쪽·아르헨티나)와 네이마르(브라질)가 11일(한국시간) 브라질 벨루오리존치의 에스타디오 미네이랑에서 열린 아르헨티니와 브라질의 2018 러시아월드컵 남미지역 최종예선 11라운드 경기에서 볼을 다투고 있다. AP뉴시스

FC 바르셀로나에서 한솥밥을 먹는 리오넬 메시(29·아르헨티나)와 네이마르(24·브라질). 서로 다른 유니폼을 입은 둘은 경기 전 포옹을 나눴다. 그러나 이내 등을 돌리고는 적이 되어 맞붙었다. 네이마르는 현란한 ‘삼바 축구’로 메시의 아르헨티나를 농락하며 자신의 A매치 50호 골을 터뜨렸다. 메시는 침묵을 지켰다. 씁쓸한 마음으로 네이마르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브라질은 11일(한국시간) 브라질 벨루오리존치의 에스타디오 미네이랑에서 열린 아르헨티니와의 2018 러시아월드컵 남미지역 최종예선 11라운드 경기에서 3대 0 완승을 거뒀다. 네이마르는 1골 1도움으로 브라질의 승리를 이끌었다. 2010년 8월 10일 18세 6개월 5일의 나이로 A매치에 데뷔한 네이마르는 74경기에서 50골을 기록하며 전설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브라질 축구 역사상 네 번째로 50골 고지에 오른 그는 호마리우(70경기 55골)를 5골 차로 추격했다. 이제 24세인 네이마르는 현재의 추세를 이어간다면 호나우두(98경기 62골)와 펠레(91경기 77골)도 넘을 수 있을 전망이다.

브라질은 이번 승리로 5연승을 질주하며 7승3무1패(승점 24)로 남미 10개 팀 가운데 1위를 지켰다. 미네이랑의 악몽에서 벗어나 더 기뻤다. 2014 브라질월드컵 때 브라질은 이곳에서 열린 독일과의 4강전에서 1대 7로 참패한 바 있다.

아르헨티나는 지난달 파라과이전(0대 1 패)에 이어 또 패배를 당하며 4승4무3패(승점 15·6위)에 그쳐 본선 진출에 비상이 걸렸다. 이번 최종예선에선 4위까지만 러시아월드컵에 직행한다. 5위는 오세아니아 지역 플레이오프 진출국과 본선 티켓을 놓고 맞대결을 벌여야 한다.

아르헨티나는 예상대로 4-4-2 포메이션을 꺼내들었다. 메시는 곤살로 이과인(유벤투스)과 투톱을 형성했다. 브라질은 4-1-4-1 포메이션을 선택했다. 최전방에 가브리엘 헤수스(SE 파우메리아스)가 출격했다. 네이마르는 헤나투 아우구스토(베이징 궈안), 파울리뉴(광저우 에버그란데), 필리피 쿠티뉴(리버풀)와 함께 2선 공격에 나섰다.

브라질은 네이마르를 중심으로 공격을 풀어 나갔다. 네이마르는 공간을 찾아 움직이며 슈팅 기회를 노렸고 자신에게 상대 수비수들이 붙으면 동료들에게 슈팅 기회를 내줬다. 전반 24분 터진 브라질의 선제골은 네이마르와 쿠티뉴의 합작품이었다. 쿠티뉴는 네이마르의 패스를 받아 상대 수비수들을 피해 아크서클 부근에서 오른발 슈팅으로 그물을 흔들었다.

네이마르는 전반 추가시간엔 추가골을 터뜨렸다. 헤수스의 패스를 받은 그는 페널티지역 외곽 왼쪽에서 강한 오른발 슈팅을 날려 아르헨티나 골문을 열었다.

후반 들어서도 브라질 공격진은 아르헨티나 수비 조직을 푹푹 쑤셔댔다. 아르헨티나 수비에 틈이 생기면 놓치지 않고 파고들었다. 수세에 몰린 아르헨티나는 간간이 역습을 시도했지만 위협적인 장면을 연출하진 못했다. 브라질은 후반 13분 파울리뉴의 골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기대를 모았던 메시는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 주지 못했다. 드리블과 돌파는 번번이 브라질 수비에 막혔다. 슈팅도 날카롭지 못했다. 후반 25분 아르헨티나는 페널티지역 외곽 오른쪽에서 프리킥 기회를 잡았다. 좋은 위치였다. 키커로 메시가 나섰다. 하지만 메시의 킥은 위력적이지 않았다. 브라질 골키퍼는 힘없이 날아오는 볼을 쉽게 잡아냈다. 메시는 경기 막판 브라질의 측면을 파고들며 살아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너무 늦게 시동이 걸렸다.

메시는 경기 후 아르헨티나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상황을 반복할 수는 없다. 우리는 많이 변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팀의 상황이 나쁘지만 (다음 경기인) 콜롬비아전에선 패스를 주고받으며 이겨야 한다”고 입술을 깨물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