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일본이 위안부 문제에 대해 사과를 하겠다고 한다면…. ②여성의 가방을 낚아채 달아나는 강도를 쫓다 행인을 다치게 했다면….
①의 경우 사과(謝過)로 될 일이 아니지요. 사죄(謝罪)로도 부족한 일입니다. ②의 경우 다친 사람이 강도 쫓던 이에게 사죄하라고 할 수 있나요.
사과는 자기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해 달라고 하는 것입니다. 過는 수레바퀴 굴대에 치는 윤활유 담는 통을 이르는 글자입니다. 기름을 치면 수레가 잘 굴러간다는 뜻에서 ‘지나가다’ ‘지나치다(과하다)’는 뜻으로 쓰입니다. 過는 허물 중에서 굳이 죄라고 할 수 없는 실수에 가까운 것을 이르는 말입니다. 불가항력적인 일, 뭔가 잘해보려다 결과가 안 좋은 일, 과해서 벌어진 잘못 등이라고 할 수 있지요. 사죄는 지은 죄나 잘못에 대해 용서를 비는 것입니다. 罪는 그물망(감옥)에 가둬야 할 비행(非行)을 표현한 글자이지요. 형벌이 따르는 과오나 범죄 같은 것을 이른다 하겠습니다.
서경(書經)에 宥過無大 刑故無小(유과무대 형고무소)라는 대목이 있습니다. 실수에 따른 잘못은 크더라도 용서하고 고의, 즉 범죄 의도가 있을 경우 작더라도 형벌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사사로움이 끼어 있다면 마땅히 벌해야 한다는 뜻이지요.
過에 대해 주저 없이 돌아보고 처신하는 것이 사과일 것이요, 罪를 숨김없이 자백하고 용서를 빌며 벌을 감수(甘受, 달게 받음)하는 태도가 사죄일 것입니다.
글=서완식 어문팀장 suhws@kmib.co.kr, 삽화=공희정 기자
[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미안…’ 사과 ‘죽을죄…’ 사죄
입력 2016-11-12 04: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