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경 부회장 퇴진압박 靑에 알렸지만 묵살당해”

입력 2016-11-10 23:54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이 조원동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으로부터 ‘물러나라’는 외압을 받은 사실을 청와대에 알렸으나 묵살당했을 뿐만 아니라 외려 외압이 거세졌다는 주장이 나왔다.

조 전 수석이 이 부회장의 사퇴를 종용한 녹음파일이 공개되면서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고, 새로운 사실이 잇달아 드러나고 있다.

TV조선은 10일 이 부회장이 퇴진 압박 녹음파일을 조 전 수석이 물러나자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팀에 보냈으나 흐지부지됐고 이후 압박이 거세졌다고 보도했다.

이 부회장은 2013년 7월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비자금 운용 혐의 등으로 구속된 뒤 CJ그룹의 경영을 맡았다. 조 전 수석은 그해 12월 손경식(77) CJ 그룹회장에게 “너무 늦으면 진짜 난리가 난다. 지금도 늦었을지 모른다”며 이것이 VIP(박근혜 대통령)의 뜻이라고 이 부회장의 퇴진을 압박했다. 당시 이 통화는 이 부회장 방에서 스피커폰으로 이뤄졌고 녹음된 것으로 알려졌다.

CJ와 이 부회장은 2014년 6월 조 전 수석이 물러나자 ‘대통령 뜻임을 내세워 사기업에 무리한 요구를 했다’는 항의 차원에서 청와대에 녹음파일을 전달했다. 당시 조응천(더불어민주당 의원) 공직기강 비서관이 조 전 수석의 CJ 압박 행위를 확인했으나 아무런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녹음파일 공개 사실을 알게 된 조 전 수석은 더욱 강하게 이 부회장의 퇴직을 압박해 왔다는 것이다.

고(故) 김영한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 공정거래위원회 고위 인사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CJ E&M의 불공정거래 혐의에 대해 조사하라”고 주문했다는 설도 있다.

CJ 측이 조 전 수석이 물러난 뒤 청와대에 녹음파일을 전달한 것을 보면 이 부회장 퇴진이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은 아니라고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녹음파일을 전달한 뒤에도 압박이 더욱 거세지자 결국 이 부회장은 그해 9월 신병 치료를 이유로 미국으로 떠났다.

청와대가 왜 이 부회장의 퇴진을 종용했는지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대선 전 CJ가 개봉한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가 박 대통령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또 CJ의 케이블 채널 tvN의 SNL 프로그램에서 박 대통령을 흉내 낸 게 문제가 됐다는 얘기도 있다. 검찰의 조 전 수석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면 그 이유도 밝혀질 것이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