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 무섭다던 전광인, 더 강해져 돌아왔다

입력 2016-11-11 04:53

코트에 서는 게 무서웠다. 배구공이 오지 않기를 바랐다. 하늘을 찌르던 자신감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부상 때문이었다. 왼쪽 무릎과 양쪽 발목이 다 안 좋았고, 허리도 통증에 시달렸다. 제대로 뛸 수가 없으니 팀에 폐만 끼치는 것 같았다. 지난 시즌 한국남자프로배구 한국전력의 에이스 전광인(25·사진)의 이야기다. 이대로 무너지지 않겠다고 이를 악문 그는 지난 4월 치료와 재활에 들어갔다. 그리고 더욱 강해진 모습으로 다시 코트에 섰다.

전광인은 10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OK저축은행과의 2016-2017 NH농협 V-리그 남자부 2라운드 원정경기에서 15점을 뽑아내며 맹활약했다. 한국전력은 양 팀 통틀어 최다 득점을 올린 전광인의 활약에 힘입어 세트 스코어 3대 0(25-21 25-20 25-21) 완승을 거뒀다.

전광인은 이날 경기 중 발목이 불편한 모습을 보였다. 전날 연습하다 약간 접질린 것이다. 그러나 고비에선 해결사 기질을 발휘했다. 3세트에서 22-14로 앞서던 한국전력은 5점을 내리 내줘 22-19까지 쫓겼다. 전광인은 강민웅의 토스를 시간차 공격으로 마무리 해 상대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한국전력의 외국인선수 바로티는 24-21에서 오픈 공격을 성공시켜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그동안 결정적인 순간 제 기량을 펼치지 못하던 바로티는 이날 전광인이 맹폭을 퍼붓자 덩달아 힘을 냈다. 바로티가 근성이 없다고 걱정하던 신영철 한국전력 감독은 바로티가 펄펄 날자 활짝 웃었다.

전광인은 배구 명문 성균관대 출신으로 2013-2014 시즌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입단했다. 그 해 신인선수상을 받았고 2014-2015 시즌 4·5라운드 최우수선수(MVP), 시즌 베스트7 레프트 공격수로 꼽혔다.

국내외 대회에서 거침없이 질주하던 전광인은 부상에 발목을 잡혔고, 결국 슬럼프에 빠졌다. 자신감이 떨어지니 세터가 토스한 볼을 제대로 스파이크할 수가 없었다. 지난 시즌 34경기에 나가 484득점에 그쳤다. 2013-2014 시즌(30경기 616득점)과 2014-2015 시즌(34경기 539득점)에 한참 못 미치는 성적이었다.

전광인은 지난 월드리그에 출전한 국가 대표팀에도 발탁되지 못했다. 그냥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시즌을 마치자마자 곧바로 재활에 전념했다. 대표팀에 뽑히지 않은 건 결과적으로 다행스런 일이 됐다. 이번 시즌이 개막하기 전 그의 몸은 건강했던 예전으로 돌아왔다.

정규시즌 직전 열린 2016 KOVO컵에서 전광이는 팀에게 우승을 안기며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그는 NH농협 V리그에서도 맹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공격 성공률 57.56%로 전체 2위에 올랐다. 7경기에서 141득점을 올려 이 부문 5위를 달리고 있다. 국내 선수들 중에서는 1위다.

그러나 전광인은 “개인 성적에는 관심이 없다. 팀의 승수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아무리 자신이 잘해도 팀이 승리하지 못하면 무의미하다는 얘기다. 전광인의 분투에 힘입어 한국전력은 이날 2연패에서 탈출하며 4승3패(승점 11)를 기록, 5위에서 3위로 올라섰다. OK저축은행은 2승5패(승점 5)가 됐다.

요즘 전광인은 신 감독으로부터 직접 세터교육도 받고 있다. 한 단계 진화하기 위해서다. 자신감이 오를 대로 오른 전광인은 “요즘엔 공이 내게 많이 왔으면 좋겠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