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동물학대” vs “고급음식” 논란… 샥스핀 요리 어쩌나

입력 2016-11-11 00:01
시민단체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지난 8월 샥스핀을 판매하는 서울 중구 롯데호텔 서울 앞에서 샥스핀 채취 과정의 야만성을 알리며 ‘샥스핀 판매 금지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제공

국제적으로 ‘야만적 음식’이라고 비난받는 샥스핀(상어 지느러미) 요리가 서울의 5성급 호텔 26곳 가운데 9곳에서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샥스핀은 채취 방식이 잔인한 탓에 세계적으로 판매를 금지하는 추세다.

환경운동연합은 롯데호텔 서울, 롯데월드 롯데호텔, 신라호텔, 쉐라톤그랜드 워커힐호텔, 인터컨티넨탈호텔서울 코엑스, 코리아나호텔,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인터컨티넨탈서울파르나스, 임피리얼팰리스 서울에서 샥스핀을 팔고 있다고 10일 밝혔다. 샥스핀은 도매가 기준으로 ㎏당 100달러에 이르는 비싼 식재료다. 중국에서 3대 진미 중 하나로 평가되는 고급 요리로 꼽힌다. 반면 상어 몸통은 ㎏당 1달러(도매가 기준) 안팎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상어잡이배들은 지느러미만 자르고 몸통은 바다에 버린다. 지느러미가 없는 상어는 헤엄칠 수 없어 익사하고 만다. 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연간 1억 마리의 상어가 이런 방식으로 바다에 버려진다. 이에 유럽연합(EU)과 미국, 싱가포르, 대만, 홍콩 등은 샥스핀 판매 자체를 금지하거나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 샥스핀을 규제하거나 금지하고 있지 않다. 야만적 음식이라는 인식도 낮은 편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신임 지도부가 지난 8월 청와대에서 오찬을 할 때 샥스핀이 등장해 논란을 일으켰었다.

환경운동연합은 지난 8월 25일부터 ‘샥스핀 반대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 캠페인을 계기로 샥스핀을 판매하던 서울의 5성급 호텔 12곳 가운데 3곳(더 플라자호텔, 그랜드앰버서더, 메이필드호텔)은 판매 중단을 선언하기도 했다.

시민들도 채취 과정을 알게 되면서 샥스핀 판매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인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유모(32)씨는 “주변에서 샥스핀을 먹는 사람을 본 적이 거의 없고 호텔 이미지에도 좋지 않을 텐데 호텔이 샥스핀 판매를 고수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미국 환경보호단체 와일드 에이드(Wild Aid)는 샥스핀의 중금속 함량이 높다는 조사결과를 내놓은 적도 있다.

그럼에도 일부 5성급 호텔들이 ‘샥스핀 판매 중단’을 머뭇거리는 이유는 중국인 관광객 때문이다. 샥스핀 판매를 계속하고 있는 9개 호텔은 주로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다. 한 호텔 관계자는 “중국인 관광객이 점점 늘고 있는데 그들이 샥스핀을 찾기 때문에 판매를 당장 중지하기 곤란하다”고 전했다.

최준호 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소비량이 많지 않다 보니 샥스핀이 얼마나 야만적인 음식인지 잘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정부 차원에서도 국가 공식행사나 연회 때 샥스핀 요리를 쓰지 않겠다고 선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성민 기자 wood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