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박근혜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굳건한 한·미동맹과 한국방위 공약 등을 약속했다. 하지만 실제 차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의 대외정책 변화는 불가피하다. 트럼프 행정부가 대외정책, 특히 한반도 정책의 큰 흐름을 수립하는 시기에 우리 정부의 대북기조 등을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이를 반영시키는 노력이 필수적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박 대통령과 통화에서 “미국은 한국과 끝까지 함께하고 흔들리지 않을 것(We are with you all the way and we will not waver)”, “미국은 한국과 100% 함께할 것(We are going to be with you 100%)”이라고 강조했다. “한·미 양국은 함께 함으로써 안전할 것(We will all be safe together)”이라고도 했다. 또 “부동산사업을 하면서 가전제품 등 한국 제품을 많이 구매했는데 매우 훌륭했다”며 “한국에 많은 친구들이 있고, 모두 굉장히 좋은 사람들(fantastic people)”이라고 말했다. 한·미동맹, 방위공약 등 굳건한 양국 관계와 함께 개인적 인연을 부각시킨 것이다. 그는 특히 “좋은 사람들”을 여러 번 강조했다.
박 대통령과 트럼프 당선인의 통화는 미 대선 후 하루 만에 이뤄졌다. 역대 한국 대통령과 미 당선인 중 가장 빠른 시간 내 이뤄진 통화다. 청와대 관계자는 “트럼프 당선인은 박 대통령 말을 경청하면서 재미있고 쉬운 언어로 대화를 진행했다.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다”고 전했다. 통화는 박 대통령이 당선 축하 전화를 거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당선인의 의례적인 인사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 많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한·미 양국이 이견을 노출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우리 정부의 적극적 외교 행보가 필수적인 시점이지만, 우리나라가 정국 혼란과 함께 외교안보 공백 상태가 지속된다면 결국 외교적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일본 등 주변국에 뒤처져 향후 미국의 대외정책 우선순위에서 한반도 정책이 밀릴 수 있다는 얘기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이미 박 대통령에 앞서 트럼프 당선인과 통화를 하고, 오는 17일 미국 뉴욕에서 직접 만나는 데 합의했다. 아베 총리는 별도로 가와이 가쓰유키 총리보좌관을 14∼18일 미국으로 보내 트럼프 측 인사들을 접촉하기로 했다.
반면 한국은 박 대통령이 국정운영 동력을 상실, 외교적 격변기에 주도적인 정상외교에 나설 수 없는 상태다. 전문가들은 외교안보 공백 현실화를 막기 위해선 선제적인 대응책 수립, 적극적 설득 작업이 필수라고 지적했다. 김재헌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신행정부 출범 전 우리 외교정책 입장을 미국에 명확히 전달해야 한다”며 “지금은 국가의 행정 기능이 국회 쪽으로 쏠린 만큼 여야 간 외교·안보·통상 정책에 대한 간극을 하루빨리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글=남혁상 최예슬 최승욱 기자 hsnam@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
[美 트럼프 시대] 아베는 트럼프 만난다는데 외교 구심점도 없는 우리는…
입력 2016-11-10 18:04 수정 2016-11-10 21: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