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나의 대통령이 아니다(He’s not my president).”
대통령으로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를 거부하는 물결이 미국 전역에서 번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수천명의 시민이 모여 ‘트럼프 대통령’을 반대하는 행진을 벌였고 고속도로를 점거하거나 트럼프 모형을 불태우는 일도 벌어졌다.
NYT에 따르면 트럼프의 당선이 확정되자마자 펜실베이니아와 캘리포니아, 시카고, 보스턴 등에서 반(反)트럼프 시위가 열렸다. 시민들은 “나의 대통령이 아니다”란 구호를 외치며 반발했다. 워싱턴DC 백악관 앞에선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 지지자 2000여명이 모여 “넌 혼자가 아니야”라고 외치며 슬픔을 나누는 촛불 시위도 벌어졌다. 로스앤젤레스에선 시청 앞에 모인 시민들이 트럼프 모형을 불태우고 101번 고속도로를 점거했다가 경찰에 의해 해산됐다. 뉴욕 미드타운 맨해튼에 위치한 트럼프타워 앞엔 대선 결과에 반발하는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온라인상에선 탈(Exit)아메리카를 말하는 아멕시트(Amexit)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특히 클린턴의 득표율이 전체의 61.5%로 우세했던 캘리포니아 주민들 사이에선 이번 기회에 미국으로부터 분리독립을 하자는 주장까지 나왔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캘리포니아와 탈퇴의 합성어 ‘칼렉시트(Calexit)’나 미국을 떠나자(leave)고 비꼰 ‘캘리브포니아(Caleavefornia)’ 등 해시태그도 이어졌다.
이날 진보적 경제학자이자 노벨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은 NYT 오피니언 코너에 불편한 심경을 전했다. 그는 “미국의 낭만적 비전은 끝났다”면서 “세계는 품위 있고 민주적인 미국을 원한다. 지금은 분명 다시 생각할 때이지 굴복할 때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선거 후유증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민주당과 공화당이 아니라 한 팀”이라며 미국이 단합하길 당부했다. 클린턴도 패배 후 가진 첫 연설에서 “선거 결과를 받아들이고 미래를 바라보자”고 제안했지만 분열된 민심이 얼마나 빠르게 회복 기로에 설지는 미지수라고 NYT는 덧붙였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美 트럼프 시대] “Not my president”… 美 전역서 촛불 들었다
입력 2016-11-10 17:54 수정 2016-11-10 21: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