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트럼프 시대] 힐러리 “트럼프가 우리의 대통령”

입력 2016-11-10 17:53 수정 2016-11-10 21:34
대선에서 낙선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9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뉴요커호텔에서 패배 인정 연설을 하고 있다. 뒤쪽은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 AP뉴시스

민주당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이 대선에서 패배한 뒤 지지자들에게 “도널드 트럼프에게 나라를 이끌 기회를 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클린턴은 집계 결과 총 투표수에선 트럼프보다 23만표 많은 5992만표를 얻었지만 획득한 선거인단 수가 더 적어 결국 패배했다.

클린턴은 9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뉴요커호텔에서 대선 패배 후 첫 연설을 갖고 “트럼프가 모든 미국인을 위한 대통령으로 성공하길 바란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담담한 목소리로 “여러분이 어떤 심정인지 잘 안다. 선거에서 승리하지 못해 미안하다”면서 지지자들을 위로했다. 그러면서 “트럼프가 우리의 대통령이 될 것”이라며 “우리는 그에게 마음을 열고 나라를 이끌 기회를 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이번 선거를 통해 이 나라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심각하게 분열돼 있다는 걸 목격했지만 여전히 나는 미국에 대한 믿음이 있다”면서 “여러분도 나와 같은 심정이라면 이번 선거 결과를 받아들이고 미래를 바라보자”고 제안했다.

미국의 첫 여성 대통령에 도전했다가 고배를 마신 클린턴은 “패배의 아픔은 오래 가겠지만 옳다고 믿는 것을 위해 싸우기를 중단하지 말라”면서 “이번에 가장 높은 ‘유리천장’(보이지 않는 남녀차별의 상징)을 깨지 못했지만, 언젠가 누군가는 예상보다 빨리 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클린턴은 “지난 1년 반 동안 우리는 평범한 시민 수백만명의 연대를 끌어내고 인종과 종교, 남녀를 불문하고 모든 이들의 ‘아메리칸 드림’이 소중하다는 걸 한목소리로 외쳤다”면서 “이제는 시민으로 돌아가 우리의 맡은 역할을 다하면서 더 강하고, 더 공정하고, 더 나은 미국을 건설하자”고 역설했다.

클린턴의 연설을 접한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분열된 미국을 치유하는 감동적인 승복 연설”이라며 극찬했다. 그는 공화당 경선에서 패한 뒤 민주당과 공화당의 대선 후보로 선출된 클린턴과 트럼프에 실망, “캐나다로 이민가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트럼프가 이메일 스캔들을 문제 삼아 클린턴에 대한 사법적 보복을 하지 않기를 기대한다고 백악관이 전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권력자가 정치 보복을 위해 사법제도를 이용하지 않는 오랜 전통이 있다”면서 “오바마 대통령은 그 전통이 이어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당선되면 특별검사를 임명해 이메일 스캔들을 다시 수사해 클린턴을 감옥에 보내겠다고 말했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