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트럼프 시대] 당선 연설이 ‘트럼패닉’ 잠재웠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입력 2016-11-10 18:19 수정 2016-11-10 21:51

글로벌 금융시장에 불어닥쳤던 ‘트럼패닉(Trumpanic·트럼프+패닉)’ 충격이 하루 만에 진정되는 모습이다. 코스피는 10일 전날 급락세를 딛고 2000선을 회복했다. 막말을 일삼던 후보 시절 모습과 달리 화합을 강조한 그의 수락연설이 시장에 안정감을 줬다는 분석이다.

전날 아시아 증시는 일본 증시가 5.36% 급락하는 등 트럼프 당선 충격에 휩싸였다. 하지만 미국 현지시간으로 9일 오전 3시쯤 진행된 수락연설이 생각보다 차분했다는 평가에 글로벌 금융시장의 분위기가 급변했다.

후보 시절 멕시코 국경에 담장을 쌓겠다는 등 비상식적이었던 주장을 했던 것과 달리 “분열과 상처를 치유하겠다”는 등의 발언으로 시장의 우려를 잠재웠다는 평가다. TV토론 당시 높은 목소리와 화난 표정으로 일관했던 것과 달리 수락연설에선 나지막한 목소리로 미소를 짓기도 했다. 하나금융투자 김두언 선임연구원은 “잔치가 끝난 후의 모습은 이전과 다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뉴욕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개장 후 0.2%대까지 하락했지만 이 같은 분석 속에 반등해 1.4% 상승 마감했다. 주요 유럽 증시도 장 막판 반등해 1%대 상승 마감했다. 코스피지수는 글로벌 증시의 선전에 하루 만에 2000선을 회복했다. 44.22포인트(2.26%) 오른 2002.60으로 장을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는 3.92% 급등했다. 주요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올랐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6.72% 급등했다.

코스피의 상승세가 앞으로도 이어질지 전망은 엇갈린다. 트럼프가 적극적 재정지출 확대를 공약한 점 등을 고려하면 중장기적으로 주식시장 상승세가 예상된다는 의견도 있다. 키움증권 유동원 글로벌전략팀장은 “2011년 미국 신용등급 사태 때에도 두 달 후 증시는 상승 추세를 그렸다”며 “정책 방향이 뚜렷해지면 반등이 더 빨리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단기 급락 이후 2차 쇼크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하나금융투자 이재만 연구원은 “브렉시트 때도 W자형(2차 쇼크) 반등이 나타났다”고 상기했다. 강현철 NH투자증권 투자전략 이사는 “트럼프 공약이 실제 이행되는 강도를 확인하기 전까지 주식시장은 불확실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급반등 보다는 횡보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더 높다는 전망이다.

보호무역주의를 위한 약(弱)달러 노선을 강조해온 트럼프의 당선으로 통화정책의 불확실성도 높아진 상태다. 다만 트럼프가 통화정책에서 재정정책으로의 전환을 주장해온 만큼 금리는 예상대로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0일(현지시간) “트럼프는 연준의 경기 부양을 위한 통화정책이 거짓 경제를 만들었다고 선거운동 내내 밝혔다. 사람들이 저금리로 고통받고 있다”는 트럼프 경제자문팀 인사의 발언을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에 매파적(금리 인상) 인사들이 낙점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연세대 경제학부 성태윤 교수는 “미국 금융시장에 문제가 생기면 당연히 12월 금리 인상을 늦추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나성원 우성규 기자 naa@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