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년 만의 이민자 출신, 슈퍼모델 출신, 최초의 공산주의 국가 출생 퍼스트레이디. 멜라니아 트럼프에게 붙은 수식어다. 그는 남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의 선거 유세 동안 전면에 나서지 않으면서도 그늘에서 남편이 돌출행동을 하지 않도록 잡아준 역할이었다. 또 남편의 음담패설 스캔들을 무마한 일등공신이었다. 슬로베니아에서는 멜라니아의 부상이 관광특수로 이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공산國 출신서 억만장자의 아내로
멜라니아는 1970년 슬로베니아(구 유고슬라비아) 세브니카에서 나고 자랐다. 슬로베니아식 이름으로는 멜라니야 크나브스로 불렸다. 공산주의 국가에서 콘크리트 건물을 보고 자라던 그때는 지금 그의 화려한 뉴욕 생활과 전혀 딴판이었다. 형제로는 이복 오빠와 언니가 있다.
16세에 모델계에 뛰어든 그는 한때 슬로베니아 명문대인 류블랴나 대학에 입학하기도 했으나 1년도 안 돼 중퇴했다. 1996년 26세의 멜라니아는 미국에 진출했고, 1년 뒤 패션 파티에서 맨해튼의 부동산 거물인 트럼프를 만났다.
당시 트럼프는 두 번째 부인과 이혼 절차를 밟고 있었다. 둘은 2005년에 결혼했고 이듬해 아들 배런 트럼프를 낳았다. 결혼식 때 멜라니아는 무려 10만 달러에 육박하는 디올(dior) 드레스를 입어 화제가 됐다.
멜라니아는 모델 출신답게 흠 잡을 데 없이 빼어난 패션 스타일로 유명하다. 그가 입은 옷은 매진됐고, 그의 이름을 딴 보석과 스킨케어 제품도 출시됐다.
미국의 퍼스트레이디는 미셸 오바마, 힐러리 클린턴처럼 ‘개척자형’과 재클린(재키) 케네디 같은 ‘내조형’으로 갈린다. 내조형은 대중 앞에 공개적으로 나서지 않고 대통령의 뒤에서 조용히 남편과 보조를 맞춘다. 그런 면에서 멜라니아는 재키와 닮았다.
모국어인 슬로베니아어뿐만 아니라 영어 프랑스어 세르비아어 독일어 등 5개 국어를 구사하는 점도 그렇다. 재키 역시 유창한 프랑스어 스페인어 실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더글러스 브링클리 라이스대 대통령학 교수는 멜라니아를 “재키의 판박이”라고 분석했다.
‘막가파’ 남편 균형추 역할
차분하고 침착한 멜라니아는 성질 급하고 괴팍한 트럼프의 ‘균형추’다. 트럼프가 트위터에서 막말을 쏟아내면 멜라니아는 사적인 자리에서 “대통령답게 행동하라”고 질책했다. 메릴랜드 대학의 마크 펠드스타인 저널리즘 교수는 “멜라니아는 트럼프의 다혈질이고 괴팍한 이미지를 다소 완화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멜라니아는 퍼스트레이디로서 향방에 대해 언론에서 “나는 아직 어린 아들 배런(10)이 우선이다. 뉴욕에 머물면서 배런 뒷바라지를 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멜라니아는 배런의 숙제를 도와주고, 방과후 활동을 보조하면서 모든 애정을 쏟고 있다. 가정적인 성격은 재키 뿐만 아니라 미셸 오바마와 유일한 공통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도 필요할 땐 정치적 면모를 발휘한다. 남편의 성추문이 불거진 지난달에는 CNN에 출연해 “남편의 음담패설은 부추겨진 것”이라며 침착하게 트럼프를 옹호하고 나섰다.
누드 사진과 불법 이민 논란
멜라니아는 트럼프와 결혼하기 3년 전 프랑스의 한 월간 남성 잡지에서 나체 화보 사진을 찍었다. 지난 7월 뉴욕포스트가 이 사진을 공개해 곤욕을 치렀다.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트럼프의 경쟁자였던 테드 크루즈는 멜라니아의 나체 화보를 캠페인에 이용하기도 했다.
‘불법 이민자’ 의혹도 제기됐다. 멜라니아는 트럼프와 결혼한 이듬해 미국 시민권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지난 4일 일부 언론은 그가 취업비자도 없이 불법으로 미국에서 모델 활동을 했다고 보도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美 트럼프 시대] 조용한 ‘재키형 내조’… 남편 막나갈 땐 중심축 역할
입력 2016-11-10 18:36 수정 2016-11-10 23: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