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학자들은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한시적으로 거국중립내각과 책임총리제를 도입하는 것은 헌법에 배치되지 않는다”는 견해를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의 2선 후퇴 문제에 대해서도 “헌법에 반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법학자들은 박 대통령이 직(職)은 유지하고 있으나 권한을 행사하지 못하는 비상시국이라는 점을 전제로 거국중립내각과 책임총리, 대통령의 2선 후퇴가 위헌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국민일보는 10일 거국중립내각과 대통령의 2선 후퇴 문제 등이 헌법에 위배되는지를 묻기 위해 헌법학을 전공한 법학 교수 15명을 긴급 전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김선택(고려대) 장영수(고려대) 임지봉(서강대) 노동일(경희대) 한상희(건국대) 김문현(이화여대) 정용상(동국대) 박종현(국민대) 이헌환(아주대) 이관희(경찰대 명예교수) 신평(경북대) 심경수(충남대) 최우정(계명대) 민병로(전남대) 윤재만(대구대) 교수가 설문에 응했다.
헌법학자 15명 모두 거국중립내각과 책임총리제 도입에 대해 “위헌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장영수 교수는 “대통령의 헌법적 권한 자체를 부인하는 게 아닌 만큼 위헌이 아니다”며 “그러나 책임총리는 국회와 대통령의 약속을 통해서만 실현 가능하다”고 말했다.
헌법학자들은 대통령의 2선 후퇴도 위헌 요소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문현 교수는 “2선 후퇴는 총리에게 제반의 실질적인 권한을 위임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정치적 의미를 갖는 것이어서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임지봉 교수는 “비상시국인 점을 감안하면 대통령이 국정에서 실질적인 권한 행사를 하지 않는 것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헌법이 규정한 국가원수의 군 통수권 문제에 대해서도 14명의 교수들이 책임총리에게 위임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윤재만 교수는 “현재 대통령은 직은 있지만 권한을 행사하지 못하는 사실상 사고 상태”라며 “이를 분명히 해 총리가 대통령의 권한대행을 맡으면 통수권이나 긴급명령권 등을 모두 행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용상 교수는 “군 통수권은 국가원수가 갖는 헌법상 권한이기 때문에 책임총리로써 풀기 어려운 문제”라고 지적하며 15명 중 유일하게 소수 의견을 냈다.
일부 헌법학자들은 ‘책임총리는 내치(內治)를, 대통령은 외치(外治)를 맡도록 해야 한다’는 정치권의 주장에 대해 “내치와 외치를 사실상 구분하기 어려운 문제”라는 의견을 냈다. 헌법학자들은 국가적 리더십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치권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민병로 교수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되는 등 급변하는 국제정세와 남북 문제, 경제 상황 등을 감안하면 국가가 위태로운 상황”이라며 “정치권이 신속하게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글=김경택 이종선 기자 ptyx@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
[단독] “대통령 2선 후퇴, 위헌 아니다”
입력 2016-11-10 18: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