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트럼프 시대] “美보호무역주의, 우리 수출에 직접 타격 줄 것”

입력 2016-11-11 04:00

트럼프 시대가 열렸다. 미국의 경제정책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한국 경제의 앞길도 더 불확실해졌다. 트럼프 당선인은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웠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에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는 게 중론이다. 미국의 경기 개선이 세계경제 성장에 도움을 줘 한국에도 긍정적 영향이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의 보호무역주의는 한국 수출에 곧바로 타격을 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자유무역협정(FTA) 등 통상 마찰뿐 아니라 글로벌 교역이 위축되리란 우려 때문이다.

키움증권 홍춘욱 연구원은 10일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성향은 글로벌 교역 성장 가능성을 낮출 것”이라며 “임기 내내 비관세장벽이 강화될 가능성이 높아 한국 수출에 장기적으로 악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LG경제연구원은 “미국이 자국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전통 제조업 중심으로 돌아선다면 세계경제의 혁신 동력이 둔화될 것”이라며 “단기 부양효과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미국의 성장잠재력이 저하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악의 경우 트럼프의 주장대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원점에서 재검토되면 우리나라의 수출 손실이 내년부터 5년간 269억 달러(약 3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한국경제연구원)도 제기된 바 있다.

다만 보호무역주의를 비롯한 트럼프의 공약들이 실제 정책으로 그대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공화당 주류가 자유무역 노선을 지지하는 만큼 보호무역 강화 방침도 미 행정부와 의회 간 조율을 거쳐 결정될 것으로 본다”며 “내년 1월 취임 때까지 상황을 지켜보면서 시나리오별 대응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 뉴욕사무소는 글로벌 투자은행 등의 분석을 소개하며 “재정적자 확대를 꺼리는 공화당 상원의원들의 동의를 구하고, 정부부채 한도를 늘리는 등 과정이 필요해 내년 중반까지 공약 내용을 그대로 실행할 가능성이 낮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당선이 한국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측면도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향후 5년간 1조 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 등 재정지출을 늘리는 등 경기부양에 나서겠다고 밝힌 것은 미국 경제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부분이다. 미국 경기는 세계경제와 긴밀하게 연결돼 있고, 미국의 수입수요가 늘면 대미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을 비롯해 원자재 수출 신흥국의 경기개선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경기침체 장기화로 수요·투자 부진에 시달리고 있던 세계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신한금융투자 윤창용 연구원은 “글로벌 공급과잉 축소와 확장적 재정정책, 인프라 투자 확대, 약(弱)달러와 유가반등을 통한 신흥국 경기개선이 세계경제 회복의 전제요건”이라며 “트럼프의 당선은 이런 전제와 배치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당선 이후 되레 불확실성이 걷히면서 심리가 안정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아는 불확실성은 위험요인이 아니다”며 “그동안 등한시했던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방향에 대략적인 윤곽이 나왔기 때문에 처음에 허둥지둥했던 때보다는 더 나은 대응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외 주식시장은 트럼프 쇼크를 딛고 하루 만에 반등했지만 아직 안심하기엔 이르다. 트럼프가 당선된 직후와 같은 공포는 진정되더라도 정책 불확실성이 남아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