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지 못한 ‘유리천장’에 대한 아쉬움이 현직 퍼스트레이디인 미셸 오바마(사진) 여사에게 향하고 있다. 허핑턴포스트는 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에 실망한 미국인들이 2020년 차기 대선 후보로 미셸을 꼽고 출마를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허핑턴포스트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아직 백악관을 떠나기 전인 그에게 “다시 돌아오라”는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SNS상에는 ‘#미셸2020(#Michelle2020)’이란 해시태그가 번지고 있다. 한 네티즌은 이 해시태그와 함께 “2020년 미셸의 출마를 위한 준비를 시작해야 할지도 모른다”며 “지금부터 선거운동을 시작하자”고 적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이번 선거 결과가 좋은 단 하나의 이유는 4년 뒤 미셸이 첫 흑인 여성 미국 대통령이 될 것이기 때문”이라며 “지금 그때를 상상하자”고 언급했다.
미셸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지근거리에서 여성, 아동, 가족, 환경 등 사회적 이슈에 적극 나서 ‘행동하는 퍼스트레이디’로 불려 왔다. 특히 이번 대선 기간 중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는 호소력 있는 명연설로 주목받았다. 선거운동 내내 논리적이고 우아하며 열정적인 연설로 ‘트럼프 저격수’ 역할을 자처했다. “그들(트럼프 측)이 저급하게 갈 때 우리는 품격 있게 행동한다(when they go low, we go high)”는 발언은 반향이 컸다.
지난 8월 갤럽 조사에 따르면 미셸의 지지율은 오바마 대통령보다 10% 포인트나 높은 64%였다. 그러나 미셸은 현재까지 대통령이 될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백악관도 “오바마의 임기가 끝난 뒤 미셸은 어떤 공직에도 오르지 않을 것”이라며 여러 차례 불거진 정계진출설을 일축해왔다.
미셸은 지난 3월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열린 음악 페스티벌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의 기조 연설자로 나서 대선 출마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는 “하지 않을 것이다. 멋지고 훌륭한 일을 하기 위해 꼭 대통령이 될 필요는 없다”고 단언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지난달 위성라디오쇼 ‘스웨이 인 더 모닝’ 인터뷰에서 “미셸은 절대 공직에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미셸은 자신이 직접 후보가 되고 싶어하는 성향이나 인내심이 없다. 공직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점 하나는 확실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7월 언론 인터뷰 때는 “(미셸이) 무엇을 하든 훌륭하게 해내겠지만 정치는 아닐 것”이라며 “정치에 크게 실망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美 트럼프 시대] 트럼프 당선에 실망한 미국인들 “미셸, 차기 대선 나와라” 러브콜
입력 2016-11-11 04: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