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유명 안무가 필립 드쿠플레 “열린 마음으로 젊은 예술가에 도전 기회 줘야”

입력 2016-11-10 21:23

“위험 부담이 따르더라도 젊은 예술가들에게 도전 기회를 줘야 합니다.”

필립 드쿠플레(55·사진)는 무용 서커스 같은 무대예술과 영화 CF 뮤직비디오 등 영상예술을 전방위로 오가는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 안무가 겸 연출가다. 특히 춤 마임 연극 서커스 비디오 영화 그래픽 건축 패션 등을 뒤섞은 복합장르의 선두주자로 통한다. 상상력 넘치는 화려한 무대는 그의 트레이드마크다.

11∼13일 LG아트센터 무대에 오르는 ‘콘택트’ 공연을 위해 내한한 그는 10일 기자회견에서 “각 장르가 뒤섞일 때 서로의 문법이 충돌하는 것은 당연하다. 좋은 작품을 만들려면 그동안 해본 적 없는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면서 “작품의 재미와 감동 완성도는 단순히 이들 장르가 함께 있는데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화학적으로 결합되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 만화가를 꿈꿨던 그는 15세에 정규 학교를 자퇴하고 마임 서커스 현대무용 무대연출 등을 실전에서 익혔다. 22세에 자신의 무용단을 세운 뒤 발표하는 작품마다 프랑스 예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31세이던 1992년 프랑스 알베르빌 동계올림픽 개·폐막식 예술감독을 맡아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올림픽 개막식’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당시 프랑스 언론은 어느 누구도 모방할 수 없는 그만의 스타일에 대해 ‘드쿠플러리(드쿠플레 방식의)’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그는 “1980년대 말 내가 안무하거나 연출한 작품들이 큰 성공을 거두긴 했지만 프랑스 정부가 젊은 내게 동계올림픽 개·폐막식 예술감독을 맡기는 것은 쉽지 않았다. 당시 미테랑 대통령과 자크 랑 문화부 장관이 열린 사고를 가졌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내가 기회를 얻었던 것처럼) 젊은 예술가들에게 기회를 주자고 늘 얘기하지만 실제로는 지켜지지 않아서 아쉽다”고 피력했다.

‘콘택트’는 괴테의 ‘파우스트’를 원작으로 한 가상의 뮤지컬을 연습하며 벌어지는 다양한 해프닝을 그린 작품. 파우스트가 악마 메피스토와 거래하는 등 원작의 내용이 일부 등장하지만 명확한 스토리가 없다. 연극 뮤지컬 무용 등 여러 요소가 혼재돼 있다.

그는 “모든 것을 가졌으면서도 끝없는 욕망 때문에 악마의 게임에 빠지는 파우스트는 현대인의 모습과 큰 차이가 없다. 불필요한 욕구를 창출하는 요즘 사회에 관한 이야기”라면서 “나 자신은 기본적으로 어두운 성향이지만 작품을 통해서는 관객들에게 재미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