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트럼프 시대] 불안한 ‘동맹’… 韓, 떠밀리는 ‘안보 홀로서기’

입력 2016-11-11 00:02

도널드 트럼프 45대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이끌 신 행정부는 ‘한국의 안보 홀로서기’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이 트럼프 당선자의 압박에 따라 안보 정책을 새롭게 수립해야 할 상황이 올 수도 있다. 특히 방위비 분담금, 주한미군 철수,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핵무장 등 파장이 만만치 않은 핵심 안보 이슈들이 논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트럼프 당선자가 박근혜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한·미동맹의 돈독함을 강조하고 한반도 방어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지만 미국의 압박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트럼프 당선자는 선거운동에서 “미국은 더 이상 세계의 경찰 역할을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국에 대해서는 “미국은 사실상 한국을 공짜로 방어해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방부가 10일 한민구 장관 주재로 ‘미 대선 결과 관련 상황평가회의’를 가진 것도 군사 사안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전방위적 압박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방위비 분담금은 주한미군의 운영비 일부를 지원하는 것으로 올해 우리 정부는 9441억원을 분담했다. 지난 2014년 이뤄진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에 따라 물가상승률에 연동돼 매년 늘어난다. 2018년이면 1조원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한·미는 5년마다 분담금 협상을 한다. 2017년 말 다음 5년간 비용 부담에 대한 협상이 시작된다. 한국이 부담하는 분담률은 50% 정도다. 하지만 토지와 각종 부가비용을 포함하면 70%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트럼프 당선자는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100% 한국이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한·미 연합 방위력 유지와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 여건 제공을 위해 한국 정부가 기여와 역할을 해왔다”며 “미 의회와 행정부도 이를 평가해왔다”고 말했다. 과도한 분담금 인상 요구는 없을 것이라는 기대지만 어떤 형태로든 분담금이 늘어날 개연성은 크다.

주한미군 철수 문제도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당선자는 후보 시절 “주한미군 2만8500명이 한국을 지켜주고 있으며 이를 통해 한국은 부를 축적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방위비 분담금과 연계해 주한미군 철수를 거론할 수 있다. 하지만 주한미군이 한반도 방어만을 위해 주둔하고 있지는 않다는 점에서 급격한 철수론은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규모가 축소되거나 주한미군의 역할을 대북 억제를 위한 ‘붙박이군’이 아니라 동아시아 분쟁에 차출될 수도 있는 전략적 유연성을 지닌 다목적군으로 전환할 수도 있다.

미 브루킹스연구소 마이클 오핸런 선임연구원은 지난달 11일 월스트리저널 기고문에서 3가지 주한미군 철수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첫 번째는 주한미군을 1년 내 철수하는 방안이며 두 번째는 임기 4년에 걸쳐 미군 철수 진행, 세 번째는 3년 동안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방위비 분담금이 오르지 않으면 그 다음해 철수하는 시나리오다. 군사 전문가들은 주한미군 철수 거론은 북한이 한반도 정세에 대해 오판할 여지를 줄 수 있어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전작권 조기 이양을 제안할 수도 있다. 전작권 전환 시기는 2012년 4월에서 2015년 12월로 연기됐고, 2014년 한·미 국방장관이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에 합의했다. 사실상 무기 연기됐다는 평가를 들은 합의였다. 하지만 “동맹국이 스스로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한 트럼프 당선자가 “한국은 전작권을 가지고 가서 스스로 지키라”고 주문할 수 있다.

한반도 방어를 위한 핵무장론도 뜨거운 감자 중 하나다. 미국은 북한 핵 위협에 대해 미국 본토가 공격받을 때와 같은 수준으로 한국을 방어한다는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를 적용하고 있다. 핵무기와 첨단 재래식 무기를 총동원해 한반도를 방어한다는 정책이다. 천문학적으로 많은 비용이 투입돼야 하는 정책이다. 한국이 핵무장을 한다면 굳이 미국이 비용이 많이 드는 확장억제 정책을 실시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한국의 핵무장은 아시아 지역의 핵 도미노 현상을 불러올 수 있어 미국이 한국의 핵무장을 용인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글=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