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우병우 前 수석·부인 휴대전화 2대 압수

입력 2016-11-10 18:12 수정 2016-11-10 21:49
검찰이 10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의 집을 압수수색하면서 최순실(60·구속)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한 우 전 수석의 직무유기 혐의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 우 전 수석의 개인비리가 불거졌을 때 적극적인 수사에 나서지 않았던 검찰이 뒤늦게 압수수색에 나서 증거인멸 등을 위한 시간만 벌어줬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이날 서울 압구정동 우 전 수석 집에 검사와 수사관 등을 보내 휴대전화 등을 포함해 2상자 분량의 자료를 확보했다. 특히 우 전 수석과 부인 이모씨가 소유했던 휴대전화 2대는 우 전 수석의 혐의를 밝혀줄 핵심 압수물이다. 검찰은 압수한 휴대전화를 분석해 비선실세들과의 통화기록 존재 여부 등을 살펴볼 계획이다.

우 전 수석은 대통령 측근 인사들의 비위를 감독하는 민정수석 재직 당시 최씨의 ‘비선실세’ 존재를 알고도 이를 눈감아 직무를 유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민정수석은 국민여론, 민심 동향을 파악해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자리다. 또 공직기강과 관련된 업무를 담당하면서 대통령 측근의 부정·부패를 감찰하는 업무도 수행한다. 이 때문에 최씨가 정부 요직인사·정책 등에 개입하는 등 전횡을 휘두른 것과 관련해 우 전 수석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요구가 곳곳에서 나왔다. 사정라인을 총괄하는 민정수석이 최씨의 국정 개입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는 주장도 있다.

우 전 수석이 최씨 사건에 직접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커지고 있다. 특히 롯데그룹이 지난 5월 K스포츠재단에 추가로 70억원을 냈다가 검찰이 그룹을 압수수색하기 직전 돌려받은 사실이 공개되면서 논란이 증폭됐다. 관련 수사 정보가 사전에 최씨에게 유출됐고, 우 전 수석이 정보 유출에 연루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새롭게 제기됐다. 또 다른 비선실세로 거론되는 차은택(47)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이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에게 우 전 수석의 이름을 거론하며 ‘우리를 봐 주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는 증언도 최근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지난달 30일 물러난 우 전 수석은 지난 6일 가족회사 ‘정강’ 자금 횡령, 아들의 의경 보직 이동 과정의 직권남용 등 의혹과 관련해 소환돼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윤갑근) 조사를 받았다. 당시 조사 도중 우 전 수석이 후배 검사와 수사관 앞에서 팔짱을 끼고 여유 있는 표정을 짓는 모습이 포착돼 ‘황제수사’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특별수사팀은 또 지난 8월 29일 정강 회사 사무실과 우 전 수석의 아파트 관리사무소를 압수수색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우 전 수석의 자택은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생색내기용 압수수색’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우 전 수석은 이번 직무유기 의혹과 관련해서도 조만간 검찰에 소환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6일부터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우 전 수석에 대한 구속 수사를 촉구하는 의원 1인 릴레이 천막농성을 하고 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