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로 불리는 최대 온라인 쇼핑 축제 ‘광군제’(光棍節·독신자의 날)가 11일 막이 올랐다. 올해 광군제 매출액은 사상 최대 규모인 23조원가량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지만 우리 기업들의 광군제 활용은 여전히 미흡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광군제는 1993년 난징 지역의 애인 없는 대학생들이 11월 11일 쇼핑·파티 등을 즐기던 것에서 유래됐다. 광군제는 2009년 중국 최대 온라인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가 대대적 할인행사를 벌이면서 본격적인 대형 축제로 발전했다.
올해는 규모가 사상 최대 수준이다. 알리바바의 온라인 쇼핑몰 톈마오(天猫)는 11일 0시부터 24시간 동안 온·오프라인의 100만개 브랜드, 1000만개 상품을 판매한다. 톈마오의 라이벌인 징둥(京東)닷컴에도 10만개 이상의 브랜드가 참여한다. 알리바바는 지난달 21일부터 미리 온라인 장바구니에 물품을 구입할 수 있는 사전 신청 기간 등을 뒀으며 13일까지 24일간 행사를 진행한다.
중국 택배업계는 한 달 전부터 인원과 택배차량을 대폭 늘려 광군제 직후의 물류대전 준비에 나섰다. 중국 우정국은 올해 광군제 하루 동안 발생하는 택배 물량이 7억6000만건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중국 언론들은 올해 광군제 매출액이 지난해 143억 달러(약 16조5474억원)보다 40% 가까이 늘어난 200억 달러(약 23조원)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기업들도 광군제를 겨냥해 속속 프로모션에 나섰다. 지난해 광군제 당시 국내 기업 중 매출 1위(약 317억원)를 기록했던 이랜드는 올해 목표를 600억원으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등 화장품 업체들도 한류 바람을 타고 추가 샘플 증정이나 광군제 기획세트 등을 내세웠다. 면세점들은 ‘싼커’(散客·개별여행객)를 잡기 위해 온라인 적립금을 대폭 늘리고 할인 행사에 돌입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기업들은 광군제를 적극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10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광군제 기간 발생한 우리 기업의 매출은 757만 달러(약 85억원)로 당일 전체 매출의 0.05%에 그쳤다. 지난해 중국의 총수입액 중 우리나라 비율이 10%라는 점을 감안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더욱이 국내 중소업체들은 참여조차 쉽지 않다. 무역협회는 까다로운 심사조건과 낮은 브랜드 인지도, 중국 마케팅 전문인력 부족 등으로 중소업체들이 중국 쇼핑몰 입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제무역연구원 동향분석실 김건우 연구원은 “중국 SNS인 웨이보, 웨이신 등을 이용한 마케팅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중국의 통관·물류 절차 및 조세정책·수입규제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글=허경구 기자,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nine@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
中 광군제 ‘23조 잔칫상’ 제대로 못 찾아먹는 한국 기업
입력 2016-11-10 1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