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배의 불편한 교회건축 이야기] 교회의 계륵, 주차장

입력 2016-11-11 21:20

한국교회 주차공간의 부족은 교회가 지역사회와의 갈등을 유발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이다.

주일이면 교회 주차장으로 들어가기 위해 대기하는 차량들로 인해 대형교회 주변 도로는 극심한 정체가 발생하곤 한다.

교회 주차장이 만차 상태라 교회로 들어갈 수 없게 된 차량의 상당수는 도로변에 차를 주차시키고 그날 운수가 없으면 주차위반 딱지까지도 ‘헌사’를 받게 된다.

교회 내부 주차장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주차구획이 협소하여 차량끼리 접촉사고가 나기도 하고 누군가 접촉사고를 낸 후 말없이 떠나 뺑소니 사고의 피해교인이 교회사무실로 찾아와서 항의하는 사태도 종종 발생한다.

주일날 장로, 안수집사들은 예배에 집중하기보다는 교회 내외부에서 차량통제 안내요원으로 활동하기도 한다.

교회의 주차장 확보를 위한 노력은 가히 필사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교회신축의 사례를 살펴보면 법적 기준치의 2배를 초과하여 주차장을 확보하는 교회가 많이 있으며 그만큼의 막대한 건설비용이 주차장 확보에 투입되고 있다.

교회 내에 대규모 주차장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지하공간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교회는 지하3층∼4층은 기본이고 비용이 가중되는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지하5층∼6층까지 깊게 파서 주차장을 확보하려고 한다. 주차장 욕심은 비용의 과다를 마다하지 않는다.

하지만 개신교회와 달리 천주교회는 대부분 법적으로 요구된 주차대수만을 확보하고 주차장도 가능한 지상이나 지하1층에 설치한다. 개신교회에 비하여 매우 경제적으로 성당을 건축한다.

천주교회는 개신교회와 달리 지역교구를 중심으로 신앙생활이 이루어지며 따라서 이동거리가 짧으므로 웬만하면 차 없이도 성당에 갈 수가 있다. 개신교회와 대비하여 주차 수요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이다.

식당이 없는 교회는 인근 식당을 빌리지 않는다. 하지만 주차장이 없는 교회는 인근 주차장을 빌려서라도 교인에게 주차편의를 제공하려는 것이 한국교회의 현실이며 고충이다.

반전은 주일이면 난리가 날 것 같던 교회주차장도 평일엔 휑뎅그렁하기까지 한 공간으로 남는 것이 교회의 현실이다. 교회주차장에 대한 개방과 효율적 관리방안이 절실히 요구된다.

이처럼 교회가 더 많은 주차장을 확보하기 위하여 교회의 모든 역량을 쏟아 붓고 있지만 지금처럼 주일에 교회의 모든 활동이 집중되고 대형교회로 교인이 몰리는 현상이 지속되는 한 주차 문제는 결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대형교회가 비록 수십 대, 수백 대의 차량을 동시에 주차시킬 수 있는 넓은 주차장을 확보하고 있더라도 수천 명, 수만 명 교인의 차량을 전부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지하공간의 확충 등 물리적 행위가 주차문제 해결을 위한 충분조건이 아님은 자명하다.

주차공간을 확대하고 또 거기에 돈을 쏟아 붓는 행태로는 교회의 주차난을 해결할 수 없을 것이며 결국 교인의 주차 수요를 줄이지 않고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지하공간에 차량 한 대를 주차시키기 위한 건설비용은 1500만원 정도가 소요된다. 수백 대의 차량을 동시에 주차시킬 수 있는 지하주차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수십억원의 교회헌금이 건설비용으로 투입되어야 하는 상황에서 과연 그것이 지혜로운 솔루션인가는 다시 되짚어볼 문제이다.

교회를 오가는 교인의 패러다임 변화만이 작금의 교회주차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대중교통 이용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교인이 생각을 바꿔야 하고 그것이 실천되면 교회의 주차난도 해결될 수 있고 신앙생활도 훨씬 여유로워 질 것이다.

교회의 계륵과도 같은 주차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다음 두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교회의 주차 수요를 줄이자.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곤 ‘차 안 갖고 교회 가기’를 습관화하자. 주일 하루만이라도 차 걱정 없이 온전하게 예배에 집중하면 교회가 활성화되고 주차전쟁도 근본적으로 해소될 수 있다. 둘째, 예배시간을 분산하자. 예배시간을 분산하면 주차 수요도 분산되며 교회의 공간 이용도 균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생각을 바꾸면 길이 보인다고 한다. 위 두 가지는 우리가 하려고만 하면 충분히 할 수 있는 것이다. 불편하지만 작은 노력만으로도 한국교회가 달라질 수 있다.

박승배 <교회건축전문가·뉴어프로치건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