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 외길인생 40년… 대통령 표창 받는 동보피앤티 현동만 대표

입력 2016-11-10 21:22
11일 ‘제30회 섬유의 날’ 대통령 표창을 수상한 현동만 동보피앤티 대표가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40년간 몸담아온 섬유업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영희 기자

1976년 12월 강원도 속초 한 어촌마을에서 무작정 상경한 만 23세 젊은이가 처음 잡은 일터는 한 섬유공장의 경리직이었다. 지인의 소개로 얼떨결에 들어간 섬유업계에 평생 몸담게 될 줄은 그도 몰랐다.

섬유업계 외길인생 40년. 그는 한해 매출 100억원이 넘는 견실한 염색·날염 공장을 운영하는 주요 기업인으로 우뚝 섰다. 경기도 양주에 위치한 동보피앤티 현동만(63) 대표이사 이야기다. 현 대표는 11일 ‘제30회 섬유의 날’에 ‘대통령 표창’을 수상한다.

현 대표는 77년 섬유공장에 입사한 이래로 단 한 번도 섬유업계를 떠난 적이 없다. 경리로 입사했지만 업계에서는 ‘영업맨’으로 이름을 날렸다.

현 대표는 지난 9일 국민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동대문 등 주요 거래처를 정말 일요일도 없이 뛰어다니며 열심히 일했다. 다른 직업은 생각해 볼 겨를도 없었다”고 회상했다. 당시만 해도 섬유업계가 호황기였고, 뛰는 만큼 성과가 나오던 시절이었다. 그는 “월급보다 수당을 곱절은 더 받았을 정도”라고 말했다.

현 대표는 96년 동보섬유를 세워 본인만의 사업을 시작했다. 그가 주목했던 분야는 염색이었다. 그러나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이듬해 IMF 사태가 터진 데다 섬유산업도 중국의 저가 제품이 밀려오면서 경쟁이 격화되고 있었다.

그때 영업맨 시절 쌓아둔 인간관계가 도움이 됐다. 현 대표는 “없는 일도 만들어서 준 사람도 있었고 주변분들 덕을 많이 봤다”고 했다. 2008년에는 날염(Printing Textile) 공장인 동보피앤티를 설립했다. 두 회사는 한해 100억∼200억원가량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현 대표는 품질로 승부했다. 그는 “우리가 800원에 물건을 찍어내면 중국에서는 400원짜리 물건을 만들어내니 도저히 가격경쟁으로는 이길 수가 없다. 우리가 가진 무기는 품질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현 대표는 물건에 조금만 하자가 발생해도 출고도장 자체를 찍어주지 않는 엄격함으로 업계에 소문이 자자하다. 이런 고집 덕분에 글로벌 SPA 브랜드인 H&M이 아시아 물량을 모두 동보에 몰아줄 정도로 신뢰를 얻었다. 요즘 업계가 불황이지만 품질에 대한 원칙은 버릴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매년 어버이날에 동네 어르신을 모아 경로잔치를 꼬박꼬박 여는 등 제2의 고향인 양주의 각종 지역사업에도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현 대표는 “공장에 한 번 불이 났는데 어르신들이 걱정이 돼 다 나오셨더라. 모두 내 부모님 같고 고맙더라”고 말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사진=서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