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가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기업 이미지와 탄탄한 유통망을 내세워 화장품 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소비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히트 상품’ 하나 내기가 어려운 식품 시장과 달리 K뷰티 인기 덕에 화장품 시장은 날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빙그레는 CJ올리브네트웍스가 운영하는 올리브영과 손잡고 PB(자체 브랜드) ‘라운드어라운드’를 활용해 ‘바나나맛·딸기맛우유’ 보디케어 제품을 출시한다고 10일 밝혔다. 출시하는 보디케어 라인은 ‘라운드어라운드 바나나맛우유 모이스춰라이징’ ‘라운드어라운드 딸기맛우유 바이탈라이징’ 등 2종으로 보디워시, 보디로션, 핸드크림, 립밤, 실속세트 등 11종이다.
빙그레는 ‘바나나맛우유’ 상표권과 항아리 모양의 용기 디자인 등을 제공하고 한국콜마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생산한다. 올리브영이 유통과 마케팅 등을 총괄해 맡게 된다. 이번 협업은 빙그레 측이 CJ올리브네트웍스 측에 먼저 제안하면서 성사됐다. 바나나맛우유는 특히 중국인들에게 인기 높은 브랜드로 알려져 있어 화장품에서도 성과를 낼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빙그레 관계자는 “화장품을 통해 결국 바나나맛우유 제품 인지도도 높아져 오리지널 바나나맛우유 매출이 높아지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예 화장품 시장에 직접 뛰어들어 제품을 선보이는 식품 기업들도 있다. CJ제일제당은 최근 ‘엔그리디언트’라는 브랜드를 론칭해 화장품 원료 사업에 뛰어들었을 뿐 아니라 지난달에는 ‘이너비 마스크팩’ 2종을 출시했다. ‘이너뷰티’를 표방하며 피부에 도움을 주는 캡슐(먹는 제품) 등을 생산해 왔지만 아예 마스크팩과 같은 직접적인 형태의 화장품 출시에 나선 것이다.
‘정관장’을 생산하는 KGC인삼공사는 홍삼 화장품이라는 콘셉트를 내세워 ‘동인비’라는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홍삼오일 등을 통해 올해 열린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를 공식 후원하는 등 화장품 기업으로 변신을 꾀했다. 이밖에도 풀무원은 자회사 풀무원건강생활을 통해 스킨케어 브랜드 ‘이씰린’을 선보였고 삼양사는 ‘어바웃미’라는 브랜드를 론칭해 5개 오프라인 매장(면세점 제외)을 운영 중이다.
이들이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고 있는 것은 새로운 히트 상품을 만들어내기 어려운 식품 업계와 달리 화장품은 아이디어와 기술력으로 무장한 제품 하나가 소위 ‘대박’ 나기 쉬운 구조이기 때문이다. K뷰티 인기가 높아지며 시장 자체가 커지고 있는 것도 이유다.
식품 기업들의 경우 사업을 확장할 때 오랜 시간 소비자들로부터 쌓아온 친숙한 브랜드 이미지가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또 OEM사를 활용하면 제품을 직접 생산하지 않더라도 기존에 보유한 마케팅 역량과 브랜드 인지도 등을 이용하면 되기 때문에 화장품 사업에 진입하는 게 상대적으로 수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
[기획] ‘K뷰티’서 새 먹거리 찾는 식품업계
입력 2016-11-11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