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간다’는 프로농구 막내들의 자존심 싸움이 치열하다. 2016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 이종현(22·울산 모비스)은 오른 발 피로골절로 잠시 코트를 비웠다. 이 틈을 타 최준용(22·서울 SK)과 강상재(22·인천 전자랜드)가 야금야금 출장횟수를 늘려가며 신인왕 싸움에 본격적으로 발을 담갔다. 이들은 대학시절부터 함께 대표팀을 오가며 성장한 친구 사이다. 이제는 소속팀의 승리, 생애 단 한 번 기회가 주어지는 신인왕 자리를 두고 운명의 맞대결을 펼쳐야만 한다.
시즌 초반 최준용의 활약이 단연 도드라진다. 최준용은 정규리그 시작부터 SK의 스타팅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사실상 주전 자리 하나를 꿰찬 셈이다. 경기당 평균 출전시간은 34분 25초다.
개인 기록을 보면 그의 기량을 가늠할 수 있다. 6경기 평균 9.33득점 11리바운드 2.2어시스트 2블록슛을 기록했다. 두 자릿수 리바운드를 잡아내고 있는 국내선수는 단 한 명, 오직 최준용 뿐이다. 그는 221㎝의 프로농구 최장신 센터 하승진(전주 KCC)이 발목 수술로 자리를 비운 틈을 타 데뷔 첫해 토종 리바운드왕에 오를 거라는 예측도 나온다. 기록보다 더 눈에 띄는 건 헌신적인 태도다. 팀 승리를 위해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호리호리한 체형이지만 골밑에서 치열한 몸싸움을 한다. 몸싸움에서 밀리더라도 포기하는 법이 없다. 탄력을 뽐내며 쏜살같이 골밑으로 뛰어들어 공을 낚아챈다. 패싱 능력이 좋아 동료들의 득점 기회를 살려주기도 한다. SK 문경은 감독은 “지금까지 100% 만족”이라며 최준용의 기를 살려주고 있다.
강상재는 7경기에 나섰고, 평균 출전 시간은 17분 37초다. 출전시간이 적지만 5.57점 3.6리바운드 0.3블록슛으로 활약은 쏠쏠하다. 그는 고려대 시절과 변함없는 투지를 보여주고 있다. 열정과 정신력을 중요시하는 전자랜드의 ‘스피릿 농구’에 딱 어울린다. 포지션은 파워포워드지만 속공에 참여해 득점을 올리는 모습도 자주 보여줘 인상적이다.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은 ‘강상재 키우기’에 돌입했다. 기대가 큰 만큼 몸 상태를 조금 더 완벽하게 가다듬은 뒤 중용할 생각이다. 강상재가 팀의 주축이 되려면 부상 없이 꾸준히 시즌을 치르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2014-2015시즌 ‘정효근 국가대표 만들기’ 프로젝트의 2탄이나 다름없다. 유 감독은 당시 신인 정효근의 잠재성을 알아보고 꾸준히 출전시켰고, 정효근은 지난 8월 첫 태극마크를 달았다.
강상재는 전자랜드가 꿈꾸는 ‘신(新) 포워드 군단’의 마지막 퍼즐이다. 정효근 김상규 이대헌 등과 함께 평균 신장 200㎝의 장신포워드 라인을 구축할 수 있다. 전자랜드로선 만년 중위권 이미지를 탈피할 기회다.
최준용과 강상재는 9일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SK와 전자랜드의 경기에서 만났다. 프로 데뷔 후 첫 맞대결이었다. 전자랜드가 91대 82로 승리했고, 강상재(2득점·1어시스트·2리바운드)는 판정승을 거두면서 먼저 웃었다. 최준용은 두 팀 최다인 14리바운드로 분전했지만 자존심 싸움에서 아쉽게 고개를 숙였다.
한편 고양 오리온은 창원 LG를 84대 83으로 이겼다. 6승1패가 된 오리온은 서울 삼성과 함께 공동 선두에 복귀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프로농구] 최준용·강상재, 새내기라고 얕보지 마!
입력 2016-11-10 0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