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트럼프 시대] 각국“미국판 브렉시트”당혹… 러 “관계 개선” 환호

입력 2016-11-10 00:01 수정 2016-11-10 00:46
제45대 미국 대통령으로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가 9일(현지시간) 뉴욕 힐튼미드타운 호텔에서 당선 수락 연설을 마친 뒤 무릎을 굽혀 손녀 아라벨라 쿠시너의 뺨에 입을 맞추고 있다. 행사에는 온 가족이 함께 무대에 올라 트럼프의 당선을 축하했다. 뒤쪽 왼쪽부터 아내 멜라니아, 장녀 이방카, 차남 에릭, 차녀 티파니,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의 아내 바네사와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이방카의 남편 자레드 쿠시너와 에릭의 부인 라라. AP뉴시스

예상치 못한 대이변 속에 8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승리하자 전 세계가 충격에 빠졌다. 세계 각국은 트럼프가 이끄는 미국의 향방을 예의주시하며 손익계산에 분주한 모습이다. 아울러 각국 정치권에서 극우 세력을 비롯한 제3세력이 득세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각국 당혹감 표출, 러시아·필리핀은 환호

중국 언론들은 미 대선 결과를 차분하게 보도하면서도 “대선 결과가 미·중 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맥스 보커스 주중 미국대사의 발언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축전을 통해 “충돌·대립하지 않고 상호존중과 협력공영이라는 원칙을 지키며 중·미 관계가 새로운 시작점에서 더 큰 발전을 이뤄 양국과 전세계인들이 행복해지도록 함께 노력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관영 환구망은 논평을 통해 “트럼프의 승리는 전통적 정치 엘리트의 패배”라며 “이것이야말로 미국판 문화대혁명”이라고 평가했다.

일본은 트럼프 당선으로 미국과의 굳건한 동맹 관계에 이상기류가 발생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아베 신조 총리는 트럼프 후보 당선을 축하하며 “일본과 미국 양국은 자유, 민주주의, 기본적 인권, 법의 지배라는 보편적 가치를 기반으로 맺어진 흔들림 없는 동맹국”이라고 강조했다. 아베 총리는 가와이 가쓰유키 총리보좌관에게 “미국 새 정부와 신뢰관계 구축이 중요하다”며 다음 주 미국을 방문하도록 지시했다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 확정 소식이 알려진 뒤 곧바로 축하 전문을 보냈다.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이 축전에서 “위기 상황에 처한 미·러 관계 개선, 국제 현안 해결, 국제 안보 도전에 대한 효율적 대응방안 모색 등에서 공동 작업을 해나가길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선거 운동 기간 동안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 필요성을 강조하며 푸틴 대통령에 대해서도 긍정적 평가를 했다.

미국과 대립각을 세워 온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재빨리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마틴 아다나르 대통령 대변인은 “두테르테 대통령이 상호존중, 호혜, 민주주의 이상과 법치에 대한 공유에 뿌리를 둔 필리핀과 미국 관계를 발전시키도록 미국 트럼프 차기 행정부와 함께 노력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트럼프에 대한 반감을 드러냈던 독일 정치권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차기 대권을 꿈꾸는 집권 기민당 소속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국방장관은 이번 선거 결과에 “큰 충격”이라고 논평했다.

‘트럼프 현상’ 글로벌 사회에 확산될 듯

트럼프의 승리는 전 세계적으로 부는 기성 정치에 대한 반발과 분노 현상이 반영된 결과다. BBC는 전 세계에 강한 충격을 안긴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트럼프 현상 모두 기성 정치권에 대한 유권자의 분노를 지지 기반으로 삼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수와 진보라는 기존 구도를 깨는 제3의 정치세력의 선전은 최근 들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특히 유럽에서는 반(反)유럽연합(EU)과 반(反)난민을 주창하는 극우성향 정당들이 약진하고 있다. 내년 프랑스 대통령 선거에서 선전할 것으로 기대되는 프랑스 극우 국민전선(FN)과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이끌어내는 데 일조한 영국독립당(UKIP)이 대표적이다. 국민전선 지도자 마린 르펜은 트위터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와 자유를 찾은 미국인들을 축하한다”는 인사를 전했다. 내년 4월 프랑스 대선에 출마 예정인 르펜은 지지율 선두를 기록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반EU와 반난민을 내건 ‘독일대안당’이 최근 잇따른 지방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주의회 선거에서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당수인 기독민주당을 제치고 제2당으로 올라서기도 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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