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트럼프 시대] ‘정치 초보’ 美를 운전하다

입력 2016-11-10 00:31 수정 2016-11-10 04:00
도널드 트럼프가 1973년 아버지 프레드 트럼프와 함께 뉴욕 퀸스에 있는 트럼프 빌리지 옥상에서 부동산 개발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트럼프 페이스북, 뉴욕타임스·포브스 등
어린 시절 트럼프의 가족사진(②·맨 왼쪽이 트럼프), 1977년 첫 부인 이바나와의 결혼식(③), 1992년 두 번째 부인 메이플스와의 결혼식 사진(④), 18세 때 모습(⑤), 1992년 개봉한 영화 '나 홀로 집에2'에 카메오로 출연했을 때의 장면(⑥), 1973년 뉴욕타임스와 인터뷰하는 모습(⑦). 트럼프 페이스북, 뉴욕타임스·포브스 등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Make America Great Again)”고 말하던 억만장자 사업가의 꿈이 현실이 됐다. 9일(현지시간)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70) 공화당 대선 후보는 의원이나 주지사 등 정치 경력이 전무한 최초의 미국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됐다.

리얼리티 TV쇼로 이름을 알린 ‘허풍쟁이 부동산 재벌’이 세계의 대통령 자리에 오르리라 확신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자신감으로 ‘위대한 미국’만을 이야기하며 홀로 선거 레이스에 뛰어들었다. 선거운동 기간 비신사적 행동과 막말, 음담패설 논란에도 휩싸였으나 기존 정치권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의 마음을 얻어 당당히 백악관 주인이 됐다.

‘금수저’에서 경영자 아이콘으로

트럼프는 뉴욕 퀸스에서 프레드 트럼프와 메리 애니 트럼프의 3남2녀 중 넷째로 태어났다. 고조부는 독일계 이민자였다. 뉴욕 군사학교와 포덤대학을 거쳐 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학원에 입학, 1968년 졸업했다. 1971년 아버지로부터 경영권을 물려받은 그는 회사 이름을 ‘트럼프 기업(The Trump Organization)’으로 바꾸고 부동산 개발업자로 승승장구했다. 36세 때 뉴욕 한복판에 트럼프타워를 세웠고 유명 호텔 체인 홀리데이인을 사들여 돈방석에 앉았다. 1980년대 말 부동산 시장이 붕괴하면서 100억 달러 이상 빚을 지기도 했지만 이내 재기에 성공했다. 이때부터 미국 경제의 부침을 이겨낸 성공한 경영인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그의 경영 비결은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다. 저서 ‘트럼프의 억만장자처럼 생각하라’ ‘글로벌 시대의 부동산 투자전략’ ‘트럼프 포기란 없다’ 등과 자서전 ‘거래의 기술’, 대선 출마 선언을 담은 ‘불구가 된 미국’은 수십여 국가에서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렸다.

사업가로서 한국과의 인연도 깊다. 그는 1990년대 뉴욕 트럼프월드타워 건설 컨소시엄에 참여한 대우건설과 2002년 서울 여의도에 41층 높이 대우트럼프월드를 짓는 등 전국 7곳에 트럼프월드를 건설했다. 이름을 딴 브랜드만 빌려주고 5년간 700만 달러(약 80억원)를 챙기는 수완을 발휘했다.

재력에 권력까지 쥔 대통령으로

트럼프는 뉴욕 맨해튼 펜트하우스에 살면서 전용기 보잉757과 전용 헬기를 타고 다니는 세계적 부호다. 휴가를 보내는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라라고 저택에는 118개의 방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트럼프는 과시욕과 승부욕을 발휘하며 자신을 이름을 단 사업체를 전방위로 확장했다. 음식점, 보드카, 생수, 잡지사 등을 소유하면서 호텔, 카지노, 골프장을 운영했다. 엔터테인먼트 사업과 방송 제작에 뛰어들어 NBC방송 ‘어프렌티스(Apprentice)’를 10여년간 진행했고 이때 미 전역에 인지도를 올렸다.

그는 1996년부터 미스유니버스, 미스USA, 미스틴USA 대회를 개최하면서 수많은 여성을 만났다. 이때 맺은 관계는 선거 운동 기간 중 섹스 스캔들과 음담패설로 불거져 자신을 겨누는 화살로 돌아왔다. 3차에 걸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와의 TV토론에선 비하 발언을 일삼아 자질 논란이 일었지만 특유의 ‘뻔뻔함’으로 자신의 길을 굽히지 않았고 준비한 승리 연설문을 읽을 수 있게 됐다.

그는 1991년과 1996년 두 차례 이혼 뒤 슬로베니아 출신 모델 멜라니아 트럼프(46)를 3번째 부인으로 맞았다. 멜라니아는 영국 출신이었던 존 퀸시 애덤스(1767∼1848) 대통령의 아내 루이자 애덤스를 제외하면 첫 이민자 출신 퍼스트레이디로 기록된다.

경제지 포브스 분석에 따르면 그의 재산은 37억 달러(약 4조2531억원)에 이른다. 미국인은 국내에서 113번째, 세계에서 324번째 재력가에게 나라를 다스리는 최고 권력까지 쥐어준 셈이다.

■트럼프 가족은

도널드 트럼프는 아내 멜라니아(46)를 비롯해 자녀와 손주 등 19명에 달하는 ‘대가족’을 꾸렸다. 첫 아내 이바나(69) 사이에서 낳은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38)와 장녀 이방카(35), 차남 에릭(32)은 트럼프가 소유한 트럼프그룹에서 부회장으로 일해 왔다.

가장 돋보이는 인사는 딸 이방카다. 이방카는 트럼프 출마 후 대부분 유세에 동행했다. 트럼프가 여성 비하 논란에 휩싸일 때도 사태 진화에 나서는 등 트럼프 캠프의 ‘킹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당선 후 이방카가 정부 직책 없이 특별보좌관으로 막후에서 전방위적인 참모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큰 키와 화려한 외모로 미국 여성들 사이에 ‘이방카 성형’ 열풍을 일으키기도 한 그녀는 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수재다. 이방카와 달리 트럼프의 아들들은 대선 정국에서 줄곧 ‘사고뭉치’ 역할만 했다. 차남 에릭은 선거 당일 자신의 투표용지를 찍어 트위터에 올렸다가 선거법 위반 논란에 휩싸였다.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도 지난 9월 시리아 난민을 젤리형 사탕 ‘스키틀즈’에 비유하는 글을 트위터에 올려 구설에 올랐다.

트럼프의 결혼사는 복잡하다. 체코 출신 모델인 첫 부인 이바나와는 1977년 결혼했다. 당대 사교계를 주름잡는 커플로 꼽혔지만 트럼프가 메이플스와 외도를 하다 발각되면서 1992년 이혼했다. 메이플스와 결혼했지만 6년 만에 다시 이혼했다. 현재 아내인 멜라니아는 슬로베니아 출신 모델로 2005년 트럼프와 결혼했다. 선거운동 기간에 20년 전 찍은 전신 누드 사진이 공개되고 불법 이민 의혹이 불거져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둘 사이에 막내아들 배런(10)이 있다.













김미나, 이종선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