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트럼프 시대] 北-美 관계 변화하나

입력 2016-11-10 04:27

북한이 미국 대선의 숨은 ‘수혜자’라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은 “김정은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공언한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에 대해 호의적인 입장을 유지해 왔다. 트럼프 행정부의 고립주의 정책으로 동아시아 균형의 한 축인 ‘한·미·일 삼각 공조’가 헐거워진다면 북한에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클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9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은 한·미동맹 관계의 견고성, 대응능력에 대해 추호도 오판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날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힐러리 클린턴보다 트럼프의 당선을 더 선호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북한 선전매체들은 지난 6월 트럼프를 ‘현명한 정치인’으로 치켜세우고, 클린턴을 ‘우둔하다’고 비난하는 상반된 평가를 내놓은 바 있다. 북한 내부에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북·미 관계 등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는 동향이 일본 언론을 통해 전해지기도 했다.

트럼프도 지난 1월 아이오와주 유세에서 “김정은은 미치광이지만 젊은 나이에 권력을 장악한 능력은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6월 애틀랜타 유세에서는 “김정은이 미국에 오면 만날 의사가 있다. 함께 햄버거를 먹겠다”고도 했다.

트럼프 정부가 그의 공언대로 ‘개입주의’ 대신 ‘고립주의’로 외교안보 정책을 선회한다면 북한은 여러모로 숨통이 트이게 된다. 미국의 ‘확장억제’가 사문화되거나, ‘주한미군 철수’ 등 북한이 바라는 극단적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새로운 미국 정부에 조만간 어떤 방식으로든 메시지를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추가 군사력 과시일지, 아니면 평화협정 등을 내건 대화 제의일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