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의 화신’ 공효진-조정석이 보여준 로코의 신세계

입력 2016-11-11 00:03

공효진(36)과 조정석(36). ‘로코’(로맨틱 코미디)의 달인들이 제대로 이름값을 해냈다. 시작부터 파격이었고, 매회 신선함의 연속이었던 SBS 수목드라마 ‘질투의 화신’이 10일 막을 내렸다.

시청률 면에서는 기대에 못 미쳤다. 1회 7.3%(닐슨코리아·전국 기준)로 시작해 8회 10%를 넘긴 뒤 그 언저리를 맴돌았다. 그러나 체감 반응은 딴판이었다. 온·오프라인을 통틀어 압도적인 화제성을 자랑했다. TV 시청이 적은 젊은 층의 지지를 얻은 탓이다. 속칭 ‘드덕’(드라마 덕후)이라 불리는 마니아 팬들까지 생겨났다.

매회 예상을 빗겨가는 거침없는 전개가 인기요인이었다. 남자가 유방암에 걸린다는 설정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누구나 인정할 만큼 능력 있는 기자 이화신(조정석)이 유방암 진단을 받는다. 분홍색 환자복을 입고 좌절하는 그의 모습이 초반 유쾌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시선끌기용 설정은 아니었다. 자연스럽게 로맨스의 발판이 됐다. 화신을 3년간 짝사랑한 기상캐스터 표나리(공효진)가 이 사실을 알게 되면서 ‘둘만의 비밀’이 생긴다. 주변 시선 때문에 방사선 치료를 받으러 가기 꺼리는 화신을 위해 나리는 매주 병원에 동행한다. 그러는 사이 두 사람은 서서히 가까워진다.

둘도 없는 친구 고정원(고경표)이 나리와 사랑에 빠지자 그제야 화신은 각성한다. 둘이 키스하는 모습을 목격하고 걷잡을 수 없는 질투에 휩싸인다. ‘질투의 화신’으로 거듭난 화신은 나리의 사랑을 되찾으려 처절해진다. 만취한 상태로 찾아가 “뭐든지 다 해줄게. (나랑) 사귀자”고 매달리며 노래를 하고 춤까지 춘다.

흔한 삼각관계는 거부한다.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상황이 펼쳐진다. “둘 다 좋아 한 사람을 고를 수 없으니 차라리 헤어지자”는 나리를 위해 두 남자는 ‘양다리’ 연애를 제안한다. ‘누가 더 좋은지 빨리 알아내라’며 셋이 동거도 한다.

나리는 결국 화신을 택했다. ‘이쯤에서 해피엔딩?’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화신은 유방암에 이어 불임이라는 충격적인 진단을 받는다. 아이를 갖고 싶어 했던 나리를 위해 화신은 이별을 고하지만, 나리의 선택은 역시 화신이었다.

전체적인 이야기 구조가 꽉 짜여있다. 그 위에 감정선을 촘촘히 쌓아올렸다. 자기를 좋아하든 말든 무관심하고 냉정하기만 했던 화신이 누구보다 따스하고 자상한 남자가 되어가는 과정이 여심(女心)을 뒤흔든 포인트였다.

작가는 모든 등장인물에 애정을 쏟았다. 각 캐릭터마다 개성이 살아 숨쉬었다. 이미숙 박지영 이성재 권해효 등 연기파 배우들이 맛깔나게 살린 덕이기도 하다.

섬세한 연출은 작품 완성도를 높였다. 나리가 짝사랑했을 때와 화신이 사랑의 열병을 앓을 때의 상황을 대칭적으로 나열한 센스가 빛났다. 소품 하나하나에 담긴 의미를 찾아내는 재미도 쏠쏠했다.

주연들의 완벽한 앙상블은 이 드라마의 꽃이었다. ‘로코 퀸’ 공효진은 또 한 번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고경표도 안정적으로 제 몫을 해냈다. 일등공신은 단연 조정석이다. 코믹부터 멜로까지 장르를 망라한 열연을 펼쳤다. ‘납득이’를 뛰어넘는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는 말도 나온다.

나리가 너무 사랑스러워 어쩔 줄 모르던 화신의 눈빛을 한동안 잊기 어려울 듯하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