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투안 레이리스는 프랑스 저널리스트다. 지난해 11월 발생한 파리 테러로 아내를 잃었다. 17개월 된 아들과 남겨진 앙투안이 테러 사흘 뒤 페이스북에 올린 글 하나가 세계를 놀라게 했다.
“금요일 저녁 당신들은 예외적인 한 사람, 내 필생의 사랑이자 내 아들의 어머니인 한 여인의 생명을 도둑질했다. 그렇지만 당신들은 나의 증오를 갖지 못할 것이다… 나는 절대 당신들에게 증오라는 선물 따위는 줄 마음이 없다. 당신들은 그걸 원했을 테지만, 증오에 분노로 답하는 것은 당신들을 지금의 당신들로 만든 그 무지함에 굴복하는 것일 터이다.”
앙투안이 이번엔 책으로 또 한 번 세계인들의 가슴을 적신다. 파리 테러가 일어난 날 밤부터 아내의 장례식을 치른 다음날 아들과 함께 묘지를 방문하는 아침까지 13일간을 기록한 일기장 같은 이 책은 프랑스에서 출간돼 20만부 이상이 판매됐고, 세계 24개국에 판권이 팔렸다.
앙투안은 그 13일을 간신히 보낸다. 깊은 상실감과 끝없는 밀려오는 그리움 속에서 아내의 죽음을 확인하고 장례식을 치른다. 아기를 먹이고 재우고 그 아기에게 엄마가 왜 오지 않는지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걱정하면서, 이대로 무너져버릴 것 같은 불안감을 밀어내면서, 그는 슬픔의 시간들을 통과해 나간다.
앙투안의 글은 비교적 담담하다. 그는 아내와 이별하는 시간에 충실할 수 있기를, 자신이 이 비극과 슬픔을 감당할 수 있기를, 또 아기와 함께 달라진 세상을 제대로 살아갈 수 있기만을 바란다. 앙투안은 삶을 망가뜨리는 게 아니라 삶을 이어가는 게 진정한 용기라는 것을, 공포나 혐오에 잠식당하지 않고 사랑과 연민의 감정을 간직해 가는 것이 테러리즘에 대한 가장 강력한 저항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우리는 절대 이전의 삶으로 되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결코 그자들에 대한 반감 위에 우리의 새로운 삶을 쌓아 올리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만의 삶 속에서 나아갈 것이다.”
김남중 기자
[책과 길] 증오에 굴복하지 않기… ‘파리테러’ 13일간의 일기장
입력 2016-11-10 21: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