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 시대]‘美 우선주의’… 전 세계 충격과 공포

입력 2016-11-09 18:00 수정 2016-11-10 00:25
제45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가 9일(현지시간) 뉴욕 힐튼미드타운 호텔에서 당선 수락 연설을 하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있다. 그는 정치 경력이 전무한 최초의 '아웃사이더 대통령'으로 미국 역사를 새로 썼다. 워싱턴 정치에 염증이 난 미국인들은 '기득권 세력' 대신 '이단아'를 선택했고,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한 그가 미국을 다시 잘살게 해주길 바라고 있다. AP뉴시스

거의 모든 여론조사 기관의 예상을 깨고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70)가 제45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트럼프는 선거기간 내내 막말과 여성비하 논란, 인종차별, 음담패설, 자질시비 등에 휩싸여 투표 전날까지도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열세를 면치 못했으나 막상 뚜껑이 열리자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 ‘고립주의’를 내건 희대의 이단아 트럼프가 민주당 후보 힐러리 클린턴을 상대로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트럼프는 9일 오전 9시(현지시간, 한국시간 9일 오후 11시) 현재 선거인단 289명을 확보해 218명 확보에 그친 클린턴을 누르고 과반(270명)을 넘겨 승리를 확정지었다. 트럼프는 특히 3대 격전지로 꼽힌 플로리다, 노스캐롤라이나, 오하이오를 비롯한 주요 경합주에서 모두 승리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경제난이 지속되면서 기성정치에 실망한 유권자들의 분노와 불신이 트럼프의 모든 약점을 감싸안은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첫 여성 대통령에 도전한 클린턴은 화려한 경력에도 불구하고 워싱턴 정치의 변화를 요구하는 민심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는 총투표수에선 5918만표를 얻어 트럼프(5904만표)를 앞질렀으나 선거인단 수는 더 적어 결국 패배했다.

트럼프는 승리가 확정되자 뉴욕 힐튼미드타운 호텔에서 연설을 갖고 “이제는 상처와 분열을 감싸고,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모두 하나가 되어 위대한 미국을 건설할 때”라며 단합을 호소했다. 또 “병원과 다리, 도로 등 인프라를 재건해 수백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국제사회의 우려를 의식한 듯 “미국의 이해를 최우선으로 내세우겠지만 모든 나라들을 공정하게 대하고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치 아웃사이더인 트럼프의 집권으로 미국의 대외정책은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트럼프의 공약은 전통적인 공화당의 노선과 다른 고립주의 색채가 강하다. 트럼프 자신은 고립주의가 아니라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라고 묘사했으나 자유무역을 폐기하고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는 트럼프의 대외정책은 신고립주의로 평가받고 있다.

트럼프는 ‘미국 우선주의’를 관철하기 위해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주요 동맹국들에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방위비를 더 내지 않으면 미군을 철수할 수 있다는 얘기도 했었다. 협상용 발언일 수 있지만 미군 철수가 현실화될 경우 동북아의 안보 환경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 있다. 트럼프는 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비롯한 미국의 모든 무역협정을 폐기하거나 재협상하겠다고 선언해 한국정부로서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뉴욕=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